색소폰 연주 통해 사랑 나누는 연주자 백규현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인정받는 사회비평가 존 러스킨(John Ruskin)은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사심 없는 봉사’를 예술이 지닌 가장 큰 가치로 꼽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예술적 재능을 어렵고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쓰고 있는 색소폰 연주자 백규현(31)씨. 그는 존 러스킨의 이 말이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처럼 연주를 통해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
지역의 사회복지 시설이나 맹학교, 자선행사장 등 색소폰 연주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는 어느 자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음악을 통해 위안을 얻었던 자신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다.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그 감미롭고 깊은 울림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작은 위안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연주 봉사를 시작했고,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소리지만, 제 연주가 어려운 이웃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색소폰 연주가 삶이 힘겨운 이웃들에게 ‘희망의 소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백 연주자. 그의 소리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건, 그가 저시력증이라는 신체적 결함을 음악을 통해 극복했기 때문이다.
백씨는 청주맹학교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관악부에서 심벌즈를 연주하며 음악과 연을 맺었다. 이후 악기 연주의 매력에 빠진 그는 어디서든 자유롭게 단독 공연이 가능한 색소폰을 시작했고, 2년 전부터 청주색소폰앙상블 활동을 하며 정기공연을 펼치고 있다.
“색소폰의 가장 큰 매력은 크게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악기 하나로도 완벽한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3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전국장애인 합창대회 후 합창단원들과 가진 모임에서 색소폰 연주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색소폰 연주를 통해 사랑을 나누는 백씨에게 저시력증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됐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게 했고,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는 힘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후 다시 경영학과를 졸업해 아버지 사업체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장애의 틀에 갇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는 제 삶에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됐습니다. 저시력증을 앓지 않았다면 느끼기 어려웠을 삶에 대한 소중함과 나눔의 행복, 장애 극복의 희열 듯을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제 삶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음악으로 더 열심히 봉사할 생각입니다.”
색소폰 연주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나누고 있는 백씨는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 클럽활동을 통해 배웠던 장구를 더 열심히 해 국악을 통해서도 사랑을 나누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주봉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사물놀이 팀을 꾸려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무대를 선사할 계획이다. 그가 2년 전부터 무에타이를 배우고 체력을 키우는 것도 그러한 자신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연주할 수 있는 능력으로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적십자 봉사단체 활동을 통해 했던 연탄 나르기나 도시락 배달도 의미 있었지만 연주봉사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게 생각합니다. 제 삶과 연주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1983년 청주에서 출생한 백씨는 대덕대 사회복지학과와 서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청주색소폰앙상블 단원으로 색소폰 연주 봉사를 벌이고 있다. ▶글/사진·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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