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사회학박사

갑오년 새해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는 해이다. 지난해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리더십이 약진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았다. 유교적인 가부장제로 인해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에서 여성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으나, 이 하나만으로 여성계의 오랜 염원이던 여성대표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핵심적인 여성 지위 지표는 여성의 정치세력화 비율이며 이것은 현실적으로 국회, 지방의회 등 선출기구에서의 여성 비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5.7%로 국제의원연맹(IPU) 조사에서 190개국 중 고작 105위이며, 여성 지방의원은 이보다 좀 나은 19.9%이나 기초자치단체장 중 여성 비율은 2.6%에 불과하고 광역자치단체장은 단 한명도 없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의회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낮은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은 입법과정에서의 여성대표성 제고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성격차지수(GGI) 순위를 낮추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부문에서의 여성참여 확대와 대표성 제고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아직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보장하는 법·제도의 제·개정과 국회 및 지방의회 후보 공천 시 양성평등한 공천심사 시스템구축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2014년 6월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해부터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 학계, 여성계를 중심으로 기초단위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열띤 논의가 진행되어왔다.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는 그동안 운영과정에서의 고질적인 부정부패 문제로 제도자체가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지만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측면에서는 중요한 제도적 기반으로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지방선거가 이제 5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 존재 여부는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면 기득권의 프리미엄, 조직, 자금에서 열세인 여성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될 것이므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은행의 양성평등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 나라의 경제발전 속도와 그 사회의 투명도는 여성의 정치참여 정도에 정비례한다고 한다. 스웨덴, 핀란드 등 세계에서 부패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들에서 여성의 정치참여율이 50%에 육박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이들은 먼저 정치와 행정 그리고 공공부문에서 달성한 양성평등을 바탕으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참여를 확대하고 여성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해 낼 수 있었다.
여성들은 특유의 섬세함과 포용력으로 대변되는 소프트파워를 바탕으로 돌봄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으며, 위계적인 상명하복체계와 잘못된 음주문화로 대변되는 비뚤어진 우리사회의 조직 문화 혁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지방자치는 생활정치와 복지행정의 영역이므로 여성들의 역할과 참여가 특히 필요하다. 따라서 2014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정치 및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민주주의를 한걸음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들 역시 더 이상 정당 공천을 통한 할당제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철저한 자기계발과 역량강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되어 공정한 경쟁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공천권을 따내야 할 것이다. 전체인구의 50.3%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러한 노력은 여성의 정치대표성이 인구 비율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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