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준(청양군 목면 부면장)


선거철이 가까워 오면서 스팸 문자를 많이 받는다. ‘지난한 해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틀에 박힌 내용들이 보낸 사람의 이름만 바뀌어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온다. 이런 문자들은 특히 세밑에 집중된다. 선출직 공직 입후보자들의 이름 알리기 공세다.

 

이름을 알려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야 이해할 수 있다 해도 받는 측에서 보면 시도 때도 없는 대량스팸이 반가울리 없다. 짜증이 난다. 도대체 이쪽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아 낸 거야? 수집경로를 조사해서 개인정보 유출경위라도 따져야 하나 싶다.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했다면 그는 낙선대상 후보 1순위다. 스팸문자를 보내면서 진심으로 선거에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 걸까. 문자를 보내는 걸로 끝이 아니다. 스팸문자의 역효과를 염려하는 지혜로운 후보자는 왜 없는지 궁금하다. 

 

정치인의 문자가 반갑지 않은 건 단지 스팸문자 때문만은 아니다. 근원을 따지자면 정치라는 단어만 들어도 맘이 편치 않은 답답한 세상 때문이다. 수 만 명이 광장에 모여 떠들어봤자 세상 달라지지 않는다. 언론에 몇 줄 오르는 것으로 끝이다. 밀양 송전탑 아래서 노인네들이 죽어나가도 세상은 꿈쩍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논의해서 사람 살만한 세상 만들어 보라고 뽑아놓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 부재를 넘어 정치실종 상황이다.

 

정치는 삶의 최전선이다. 이 나라에서 인간의 삶을 바꾸는 것은 정치인들 손을 통해서라야 가능하다. 세상을 구체적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오로지 정치를 통해서 뿐이다. 그게 선거를 통한 정치 시스템의 본질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그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정치인은 누구인가. 세상을 사람 살만한 곳으로 바꾸는 디딤돌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은 흔히들 거창한 이상이나 정치적 신념을 내세운다. 지역발전이니 삶의 질 향상이니 근사한 공약들을 들고 나온다. 네거리에서 큰절을 하는 퍼포먼스라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갖은 수단을 통해서 표를 구걸한다.

 

포장이 근사하다면 내용물도 그럴 듯해야 하는데 당선되고 나면 얼굴들이 달라진다. 내가 언제 그랬냐 싶다. 당리당략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패거리 정치 속에 선거운동 때 보였던 정치인의 빛나는 소신이나 신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신념은 커녕 권력을 이용한 각종 이권개입으로 부정부패를 서슴치 않는다. 이건 나라 경영의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뽑아놓은 사람들이 나라경영의 걸림돌이 되는 아이러니를 어쩌랴.

 

정치 스팸으로 이름이나 알리고 대충 얼굴도장이나 찍는 인물들 찍어줘야 앞날이 뻔하다. 아는 얼굴을 무기로 연고주의에 기대어 정치판에 나서서 뭘 하겠는가. 뚜렷한 비젼도 없이 내세울 소신도 없이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손가락질 받는 인간되기 십상이다. 지역발전이나 나라경영은 고사하고 그동안 쌓아 놓은 기본적인 나라 틀까지 망쳐 놓으려 드는 것이다. 그러니 정치가 불신을 받는다. 정치인의 문자에 고개를 돌리는 유권자는 그렇게 생긴다.

 

정치가 세상을 바꾸리라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늘 새로운 기대를 갖고 사람을 뽑아 왔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점점 정치 불신만 깊어갈 뿐이다. 이제 국회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선거 때마다 하향곡선을 그리는 투표율을 보라. 상황은 선거대의제도의 본래 취지를 의심해야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최근 여론조사결과 국회를 불신한다는 의견이 80%이상 일 정도가 되고 국민 70%는 국회 무용론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패한 집단이 국회라고 하니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 알 수가 있다. 왜 정치무용론이 고개를 드는가. 정치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정치에 나서려면 제대로 할 생각부터 하고 시켜줬으면 합당한 역할로 밥값을 하라. 

 
새해다. 다시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때다. 정치가 제구실을 할 때 국민의 희망이 된다. 올 해는 절망을 넘어 희망의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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