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보다는 무거운 짐을 졌다는 생각입니다. 부족한 제게 하느님께서 너무나 큰 사명을 주셨습니다. 앞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더 많이 일하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김태영(57·사진·뒷목출판사 대표)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이하 빈첸시오회) 청주교구 이사회 회장이 지난 1일부터 1만3000여 빈첸시안들의 수장이 됐다.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한국이사회 회장으로 선출된 것.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지닌 한국 빈첸시오회가 청주교구 출신의 이사회장을 내는 것은 설립 이래 두 번째다.
세계적 평신도 단체인 빈첸시오회는 청주교구에 의해 한국 땅에 첫 싹을 틔우게 됐다. 1955년. 당시 야현본당(현 충주 교현동성당) 옥보을 주임신부님이 도입, 교구장 파야고보 주교의 승인을 받아 1961년 야현본당에 첫 빈첸시오 협의회가 설립된 것. 현재 청주교구에는 75개 본당에 68개의 협의회가 설립돼 있고 750여명의 정회원과 2000여명의 명예회원이 있을 정도로 활동이 왕성하다.
김 회장은 “청주교구의 회원수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성당 수에 비례해 많은 편이다. 협의회도 최근에 생긴 본당 외에는 거의 설립돼 있다”며 “인적 자원이 적은 공소(본당 보다 작은 교회 단위)에도 협의회가 설립돼 있다는 것이 청주교구의 자랑”이라고 밝혔다.
그가 빈첸시오회에서 활동하게 된 것은 조광호 뒷목문화사 대표의 적극적인 권유에 의해 1994년 청주 덕암성당 유다협의회에 입회하면서부터다. 그는 이후 덕암성당 내에 청년 빈첸시오협의회를 설립하고, 50세 이하로 구성된 타대오협의회를 구성해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한 본당 내에 빈첸시오회가 세 곳이나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도 드물 때였다.
이후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청주교구 이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주 사천동성당 부회장이기도 하다.
현재 청주교구 빈첸시오회에서는 무료급식소인 빈첸시오의집을 운영하고 있다. 1991년 미국의 한 교포 부부가 청주교구장인 장봉훈 주교에게 봉헌한 5만 달러의 돈으로 시작된 청주지역 최초의 무료급식소인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120여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60세 이상 노인이 주를 이루던 이전에 비해 최근에는 젊은이들의 이용이 늘어 경기 불황을 실감케한다.
김 회장은 “전국에 무료급식소는 수천 곳이지만 정부지원금 없이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는 곳은 우리가 유일한 듯 하다”며 “임상진 한국야금 회장님이 매년 700만원씩 후원을 하셨는데 돌아가신 후에도 빈첸시오회를 도우라는 유언을 남겨 부인인 윤혜섭 회장님께서 후원금을 보내주신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한화 L&C, 대한미용사회 청주시 흥덕지부 등 회사와 단체, 각 레지오 자원봉사자 분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빈첸시오의집을 운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요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후원이 많이 줄었는데 아직 우리 주위에는 어렵고 소외된 이웃이 많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이사회 회장으로 그는 각 교구와 교구간의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외적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해외 지원도 아끼지 않으려고 한다. 청주교구 빈첸시오회에서는 지난 2007년 방글라데시 디아프르 지역에 양업마을을 조성하고 50가구에 주택을 기증했으며, 회원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전개해 몽골과 필리핀 등에 성금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 빈첸시오 초창기에는 호주나 뉴질랜드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았어요. 밀가루를 원조 받아 국수공장을 운영하기도 했고요. 이제 우리도 해외에 베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늘 가슴 속에 지니는 성경 구절은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있지 않다’(루카 12.15) 그는 이 말씀이 봉사자의 길로 자신을 이끌었다고 믿는다. 그는 헐벗고 굶주린 이들에게서 그리스도를 본다. 그리고 가난한 이를 위해 자신을 바친 빈첸시오 성인을 닮아 가려 오늘도 빈첸시오의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취임식은 오는 3월 15일 오후 1시 청주 내덕동 주교좌성당에서 열린다.
<글·사진/조아라>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란?

천주교 평신도들의 단체로 1833년 프랑스 파리에서 프레드릭 오자남과 소르본대 학생들에 의해 창설됐다. 자선사업에 일생을 바친 빈첸시오 아 바오로 성인을 주보 성인으로 모시고 있다. 곤경에 처해 있는 이웃 안에서 하느님을 섬김으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 150여개국에 100만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국제적인 조직체로 교황청의 인가와 교권을 받아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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