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입시 앞두고 성악가 결심
반대 무릅쓰고 서울대 음대 입학
독일유학서 최고연주자과정 밟아
귀국 후 강사·합창단 지휘자로 활동
“최고의 연주… 성악가로서의 꿈”

왕성한 혈기와 패기로 중무장한 충북의 젊은 예술가를 만난다. 동양일보는 이제 막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활동을 시작하는 30~40대 젊은 예술가를 소개하는 젊은 예인, 충북의 문화를 이끈다코너를 신설, 매주 월요일 지면을 통해 선보인다. 이 공간은 충북의 문화를 이끌어 나갈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그들의 예술세계와 삶의 모습을 소개한다. <편집자>
 
초등학교 5학년, 너무 어린 나이에 변성기로 아저씨 목소리가 된 소년은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제일 싫었다. 어른 흉내 낸다는 놀림을 받는 것도, 혼자만 굵고 낮은 목소리가 난다는 점도 내성적인 어린 학생이 감당하긴 쉽지 않았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돌연 성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던 제자의 모습에서 성악가로서의 재능을 본 음악교사 전인숙씨 덕분이었다. 전씨는 제자에게서 성악가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가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어려서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여느 성악가와는 사뭇 다른 유년시절을 보낸 박광우(39·청주시 흥덕구 사창동·010-6477-0390)씨는 그로부터 20여년 후 주목받는 베이스로 성장했다.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던 장남이 성악가가 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박씨가 공부에 전념하기를 바랐던 어머니는 한 달 이상 점심 도시락을 싸주지 않을 정도였다고.

성악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았지만 그의 열망은 대단했고, 결국 부모님은 그의 꿈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다만,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공연하는 아들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는 기대를 내비치셨고 그는 선뜻 약속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 성악가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모두 섰다. 대한민국 예술가들의 꿈의 무대인 이 두 공연장에 서겠다는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래하고 공부했다.

성악 연습은 물론이고 음악이나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자칫 소홀하기 쉬운 학과 공부도 열심히 했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번듯한 음악가로 성장해야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성악 분야에서 가장 낮은 음역대로, 상대적으로 성대가 큰 서양 사람들이 주를 이루는 베이스 파트에서 실력 있는 성악가로 인정받고 있다.

성악가는 노래가 주는 감동을 목소리로 전하는 연주자 입니다. 얼마나 곡을 이해하고 노래하냐에 따라 그 감동의 크기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연 전에 먼저 곡과 가사를 이해하려는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볼프와 슈베르트가 작곡한 괴테 가곡을 특히 좋아한다는 박 성악가. 때문에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괴테의 가곡이 살아 숨 쉬는 독일 에센국립음대에 입학, 그곳에서 전문연주자과정과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대학 후배 김지연 피아니스트와 결혼 후 함께한 유학 생활 동안 그는 독일 에센 오페라하우스·서독일 방송교향악단 객원단원과 독일 겔젠키르헨 오페라하우스 상임단원으로 활동할 만큼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오페라 '토스카'를 공연하고 있는 박광우 성악가

그는 매일 평균 2시간 정도 노래한다. 여느 음악가와 다르게 성악 하는 사람에게 컨디션 조절은 목숨과도 같다. 되도록 최고의 몸 상태에서 가장 좋은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몸도, 마음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애쓰는 편이다.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30~40대에 최고의 연주를 선보이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모든 음악가들의 꿈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연주로 관객 앞에 서는 것이죠. 그것만이 음악가로서의 최고의 목표입니다. 깊이 있는 소리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976
년 청주에서 출생한 그는 충북예고와 서울대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오페라 가면무도회’ ‘라보엠’ ‘호프만의 이야기’ ‘사랑의 묘약’ ‘한 여름밤의 꿈20여편에 출연했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충북예고 외래강사, 충북도교육청 교육사랑 합창단·소리하나 여성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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