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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 유령의 종북(從北) 주술
매카시 유령의 종북(從北) 주술
  • 동양일보
  • 승인 2014.01.21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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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현 (법무법인 청남 변호사)

  1950년 2월 미국 공화당의 조셉 매카시(Joseph Raymond McCarthy) 상원의원은 정체불명의 서류 뭉치를 쥐고 흔들며, “국무성에 침투한 공산주의자 명단이 여기에 있다”고 외쳤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서류뭉치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그 내용이 진짜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공산주의 행적으로 매도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매카시즘은 미국 전역을 집단적 광기와 야만으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매카시즘은 인류로 하여금 무책임한 이념적 선동이 얼마나 문명을 퇴행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뼈아픈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에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된 신문과 잡지들의 기사, 논평, 기고문들을 리뷰할 기회가 있었다. 역시나 보수와 진보진영의 대립된 시각이 확연하였다. 공공성, 독점, 경쟁, 효율, 적자, 서비스라는 경제 용어를 사용하며 나름 당파성을 배제한 경제학적 분석인양 치장하지만, 그러나 이런 점잖은 채 하는 분석만으로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상대에 대한 도덕적 매도와 정치적 공세를 통하여 지지자들을 결속시키고 시민의 공분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보수쪽에서는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과도한 노동을 하면서도 대한민국 1가구 평균소득밖에 벌지 못하는 노조원을, 과도한 급여를 받고 직장까지 세습하면서도 비정규직, 하청업체, 시민불편, 국가경제적 손실은 철저히 외면하는 귀족, 강도로 매도한다. 또한 반대편은 이전에 자신들도 주장했던 정책이더라도 그 과오에 대한 반성은 일언반구도 없이, 정부의 대응은 노동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처사라며 정권 퇴진으로까지 몰아붙인다.        
 
 우리 지역의 유력한 보수정치인인 한창희 전 충주시장의 칼럼(2013.12.23.자 현대경제신문 칼럼)도 위 보수쪽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기에 그가 우리 지역의 정치인이라는 점을 빼면, 그냥 읽지 않고 넘겨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칼럼을 내려읽다가, 필자는 정체불명의 서류뭉치를 대단한 증거자료인양 쥐고 흔들며 목소리를 높이던 매카시의 유령을 보았다. 그는 철도노조 파업의 부당성을 이야기 하다가 뜬금없이 대단한 발견을 한 양 “우리 사회에는 야권 세력과 진보세력, 종북세력이 공존해 있다”고 선언하며, “야권세력과 진보세력이 정부를 뒤흔들어 혼란을 유도하여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종북세력에 동조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최대 문제인양 한탄한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칼럼에서 그는 왜 뜬금없이 종북의 문제를 끌어들였을까. 그것은 정부정책에 반대하며 실정법을 위반하고 시민 불편과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는 철도노조 파업을 종북행위와 유사한 것으로, 이에 동조하는 야권세력은 종북세력에 협조하는 것으로 은유하기 위함일 것이다. 필자의 과도한 추론이라고? 그 스스로 마지막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철도노조 파업을 바라보며 야권, 진보, 종북세력이 뒤엉켜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신자유·신보수적 정치관을 바탕으로 한 당파적 비판을 넘어, 노동자들을 귀족, 강도로 매도하는 것을 넘어, 정체불명의 서류를 흔들던 매카시처럼 ‘공존’, ‘동조’, ‘뒤엉킴’이라는 애매모호한 용어로 철도노조와 야권을 종북세력과 엮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칼럼에서 스스로 “정부정책에 반대한다고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하였는데, 그러나 그가 철도노조, 파업, 그에 동조하는 야권이 종북세력과 연계되었다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스스로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그러한 매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행위를 종북행위로 치부하는 전근대적 정치의식에서 그 자신이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것이다. 

 그의 칼럼 제목은 ‘철도노조 파업, 무엇이 문제인가’였다. 그의 말과 달리, 철도노조 파업은 종북의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모든 것을 오직 종북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보며 자신들과 반대되는 모든 것을 어떻게든 종북으로 엮어내려는 정치적 주술이고, 종북세력과 ‘뒤엉켜’ 있는 것은 오직 종북 주술로만 적대적 공생을 할 수 있는 일부 보수 정치인과 언론들이 아닐까.

----------- 최용현 변호사 약력 ----------
` 덕성초, 청주중, 청주신흥고, 고려대 졸업
` 사법, 행정, 지방고등고시 3과 합격
` 서울북부, 대구, 청주지검 검사 역임
`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역임
` 충청북도, 청주시, 충북지방경찰청 고문변호사 등 역임
` 2012. 7. 법무부로부터 공증인 임명(청주지방검찰청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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