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청주 실내체육관에서는 사제서품식이 열렸다. 서품식의 경건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는 신자는 물론이고 비신자들의 마음조차 살며시 흔들어 놓는다.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젊은 육신에 닥쳤을 수많은 고뇌를 털어내고 순명 서약을 하며 하느님 앞에 엎드려 있는 이들의 모습에 살짝 아릿함을 느꼈다. 얼마 전 한 젊은 수도자의 방황과 사랑을 그린 공지영의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를 읽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5명의 부제들이 서품을 받았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다소 늘었지만 20109, 20115, 20123, 지난해 2명으로 지난해까지 해마다 조금씩 줄어왔다. 5~6년 전(200810, 200910)만 하더라도 사제 수품자가 10여명에 달하던 것에 비하면 올해의 5명은 크게 줄어든 수치다. 현재 교구 내 신학생 역시 모두 59(휴학 6, 유학 2, 사목실습 10명 포함)으로 많지 않은 숫자다. 반면 원로 사목자의 수는 늘어 ‘2012 한국 천주교회 통계를 보면 전년 대비 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교구의 한 인사는 이런 추세로라면 유럽처럼 신부님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할 형편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젊은 성직자 수 감소는 비단 천주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불교계 역시 해가 거듭될수록 승려의 고령화는 심화되고 출가의 뜻을 품는 젊은 세대는 줄어들고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0년 사이 매년 400~500명의 행자들이 사미·사미니계를 받았으나 2012년에는 212명만 수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계에서는 성직자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낮은 출산율을 들고 있다. 2012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30이다. 이처럼 자녀를 적게 낳게 되면서 부모 입장에서는 하나, 둘 밖에 안 되는 아들, 딸을 성직자로 바치기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한편에서는 종교계도 시대에 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성직자 양성 과정을 시대 상황에 맞춰 가야 한다는 것이다. 신앙심을 가진 청소년들이 줄어드는 현상도 성직자 감소에 한 몫 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책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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