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대한민국 검찰사에 큰 오점이 새겨졌다. 66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가 공갈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2일 `에이미의 해결사 검사'로 알려진 전모 검사를 형법상 공갈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행위 및 유사 성관계를 가진 서울 동부지검 실무수습 검사가 구속기소된지 1년 2개월여 만이다. 이번 전 검사 스토리는 세간의 입방아에 오를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사검사가 피의자 관계로 처음 만난 연예인과 사적인 만남을 맺어 오다가 성형수술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 연예인을 위해 시술 병원을 4∼5차례나 직접 찾아가 재수술과 금전 지불을 요구하고, "당신 병원 박살내 버리고 구속시킬 테니까 두고봅시다"라는 협박문자까지 보낸 정황이 이번 감찰 결과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덕분에 이 연예인은 700만원 상당의 재수술을 받았고, 아홉차례에 걸쳐 2천250만원을 병원으로부터 송금받았다. 전 검사는 심지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담보대출에 카드론까지 받아 그녀에게 1억원 가량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이 연인관계였는지 여부는 이번 감찰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혼 검사가 피의자였던 여성의 처지를 동정하고, 이것이 사랑으로 발전하는 순애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또 그가 안쓰러운 처지의 여성을 돕기 위해 적극 나선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돕는 방식이 문제였다. 이번에 검찰이 적용한 전 검사의 죄목은 `사람을 공갈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 성립하는 공갈죄다. 협박과 상황이 비슷하지만 본인 또는 제3자 등 누군가가 '재물·금전적 이득'을 얻었을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 공갈죄다. 그래서 공갈은 대표적인 재산 범죄인 사기죄와 비슷한 잡범과에 속한다. 수년간 현직 검사로 있었던 그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두 사람이 `특별히 가까운 관계'에서 성형수술 부작용이라는 억울한 사정을 듣고 개인적으로 도움을 줬을 경우 공갈죄는 재판에서 다툼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현직 검사가 아니었다면 병원에 그런 협박이 통했을 리 없다는 점이다. 검사윤리강령에는 `자신이 처리한 사건의 관계인과 2년내 만남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다. 전 검사는 이 규정부터 어겼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을 두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행이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거듭나기 위한 자정 노력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안한 것은 국민들의 마음이다. 이번 사건이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를 구속해야할 만큼 매우 특수한 케이스라기 보다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건이지만 `드러난 사건일 뿐'이라고 보는 시각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해결사 검사'라는 말도 검찰은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검찰에 대한 불신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분명 전 검사의 개인적 일탈에 해당한다. 그러나 검찰 조직의 분위기가 그런 일탈을 묵인하고 용인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는지 이번 기회에 냉정히 되새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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