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논설위원, 사회학박사)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의 급감 및 고령인구에 대한 부양부담의 급증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당면과제이고 미래에 대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세계 인구현황보고’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평균기대수명은 남자 78세, 여자 85세로 남자는 세계 15위, 여자는 세계 3위를 기록했고 우리나라 여성 1인당 평균 출산율은 2013년 초반에 1.3명으로 마카오, 홍콩 다음으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복지혜택의 증가와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인한 평균수명의 증가와 세계 최저 출산율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 7%)에 진입한 지 17년이 되는 오는 2017년 고령사회(14%)에 진입할 것이고 또 9년 후인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의료서비스와 각종 사회서비스가 요구되는 80세 이상의 후기 고령인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연이어 발표된 ‘상속법개정안’과 ‘국민연금개정안’은 이러한 우리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시의적절한 대책으로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크게 환영할 일이다. 지난 2일에는 법무부가 상속재산의 50%를 배우자에게 우선 배분하고 남은 50%를 현행대로 배우자와 자녀가 1.5대 1로 나눠 상속하도록 하는 상속관련조항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속지분의 개정 이유는 배우자의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를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한편 고령화 시대에 홀로 남은 배우자가 자녀가 부양하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배우자 상속분을 늘리는 법 개정은 우리나라로서는 24년 만에 추진되는 것으로 자식이 부양하는 시대가 지나고 있다는 세태의 변화를 반영한 당연한 법 개정이라고 하겠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22일 국민연금 수급기준을 개정하는 국민연금법개정안을 올해 3월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입 이력이 있는 전업주부의 경우 임의가입자가 아니어도 장애·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며, 결혼과 육아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 둔 경력단절 여성들도 장애(3급)연금과 본인 사망 시 유가족이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제까지는 동일하게 소득이 없어도 미혼인 경우만 가입자로 인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입 이력이 있는 무소득 배우자 등 464만 명이 추가보험료 납부 없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 장애·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남녀 비율은 대략 40:60으로 여자가 100만 명 이상이나 많을 뿐 아니라 여성노인은 신체적, 정신적인 질병에 남성노인보다 훨씬 취약한 편이다. 통계대로라면  우리나라 노인여성들은 인생의 말년을 최소 7년 이상 홀로 생활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가 전업주부였던 여성노인들은 그동안 그들이 평생 동안 종사했던 가사노동에 대한 어떤 형태의 사회적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생계수단의 확보, 주거문제, 그리고 질병 등에 대한 노후대책 등에 열악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더 이상 자녀들이 부모를 봉양하는 책임을 다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를 거역할 수 없게 되었다.
노인문제는 현대를 살아가는 노년층에게는 당장 닥친 당면 문제이고 장년층이나 아동, 청소년들에게도 앞으로 다가올 그들의 미래에 관한 중요한 문제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표된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의 조치는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측면의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며, 이에 소요되는 지속가능한 재원의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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