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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추천 할당제
대학 추천 할당제
  • 동양일보
  • 승인 2014.01.2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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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올해 4월 채용부터 총장 추천제로 신입사원을 뽑겠다던 삼성이 지난 24일 전국 200여개 대학에 삼성입사를 위한 총장 추천인원을 할당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삼성은 각 대학에 총 추천인원을 알리며 전인적 인격을 갖춘 인재, 매사에 성실하게 최선을 대하는 인재, 미래 삼성의 기둥이 될 성장가능성 있는 인재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하였다고 한다. 삼성은 해마다 약 20만 명이 몰리는 그룹 공채 서류시험인 SSAT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자 하였다고는 하나 대학 측에서는 추천인원 할당의 근거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지방대학과 여자대학 차별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4년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협의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해 삼성에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각종 포털에서는 대학별로 삼성이 할당한 추천인원을 확인하기 위한 검색어가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등 이번 일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항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아이러니 한 점은 특정 기업에 의해 대학의 자존심이 구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에서는 소속 대학의 배정인원이 타 대학에 비해 많고 적음에 대한 득실을 따지고 있는가 하면 대학 추천제를 보이콧하는 것이 도리어 해당 학교 학생들의 저항에 부딪칠 것을 우려한다고도 한다.

 

산업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의 수요에 맞는 대학교육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는 하나 특정 기업이 대학별로 추천 인원을 할당한다는 것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다. 아마 삼성의 총장 추천제가 적용되고 대학에서도 이를 받아들인다고 하면 각 대학은 삼성으로부터 보다 많은 추천 인원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 역시 총장의 추천을 받기 위해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대학 교육 본연의 목적과 얼마나 부합할지는 의문이다.

 

굳이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더 이상 국내 대학이 기업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대학의 우열이 학문적 수월성 보다는 취업률로 평가받고 있고 대학 운영에 있어서도 기업으로 부터의 자금 유치가 대학 운영을 책임진 이들의 중요한 임무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 주요 대학에 가보면 특정 기업이나 기업주의 이름이 들어간 건물들과 그들이 지원하는 각종 연구비와 장학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현상이 학문의 순수성을 추구해야할 대학이 기업에 종속된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곳에 기업의 자금이 유입되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학에게는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기업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또한 그들이 요구하는  교육을 적어도 순수학문을 제외한 실용학문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할 필요도 있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이번에 삼성이 총장추천제라는 이름으로 각 대학별로 추천 인원을 할당한 것이 온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분명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삼성이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삼성 고유의 기준과 방식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하듯 삼성이 우리나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삼성은 이번과 같은 채용방식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서도 고려했어야 했다. 총장 추천제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어차피 SSAT에 통과하지 못하면 추천이 의미가 없으므로 결국 대학 측에서는 SSAT에 합격할 만한 학생들을 추천해야 하므로 삼성이 의도했던 SSAT 과열에 따른 사교육을 포함한 각종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학도 금번 총장 할당제 인원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 세계 어느 기업도 전국 모든 대학에 대해 인원을 할당한 적도 없고 어떤 대학도 거기에 신경을 쓴다는 소식을 접해본 적이 없다. 대학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잘 길러내면 되는 것이고 기업은 그러한 인력들을 잘 활용하여 왕성한 기업 활동을 하면 된다. 결국 대학은 대학 본연의 역할을, 기업은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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