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수를 13명(비례 1명 포함)과 21명씩 늘리기로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당초 활동종료 시한이었던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광역·기초의원 선거구 조정안을 의결한 것이다.
정개특위의 활동 시한은 2월 28일까지 연장됐다. 이에 따라 지역구 시·도 의원 정수가 기존 651명(제주·세종시 제외)에서 663명으로, 기초의원 정수는 2876명에서 2897명으로 각각 늘어나게 됐다.
작년말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지방선거 선거구를 조정하다 보니 의원 정수가 부득이 늘었다는 정개특위의 설명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지방선거 제도의 개혁을 부르짖던 정치권의 구호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지방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친위조직으로 통하고 있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통폐합을 비롯해 지방의회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온 여야 정치권이 정작 선거가 임박해서는 그런 지방의회 정원을 줄이기는커녕 반대로 늘리기로 합의한 것은 정략만 앞세운 무책임한 구태다.
지방정치의 독립을 위해 국민의 절대적 요구와 지지를 얻고 있는 정당공천제 폐지는 뒷전인 채, 자신들의 선거 지원 등 정략적 접근에서 지방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대해선 한 목소리를 내는 중앙정치권은 과연 정치개혁의 의지가 있는 지 묻고 싶다.
기득권 앞에서 약해지는 모습을 또 보인 것이다. '토착비리의 근원' 운운하며 지방의회 구조조정을 다짐했던 정치권 아니었던가.
이제 활동시한이 연장된 정개특위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일이 남았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여야가 지난 대선 때 공통으로 공약한 사안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려면 중앙정치에서 독립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공약이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자 공천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특권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성격도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쉽게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시간을 끌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유불리를 따지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여야는 정개특위의 활동 기한만 연장해 놓고 합의 도출에 애쓰는 시늉만 해서는 안 된다. 지방의원 정수 늘린 것처럼 더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고 대국민 공약을 이행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자연스럽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은 폐지하면 위헌논란이 제기될 소지가 있고 지방토호가 득세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감안해야겠지만 국민 앞에 다짐한 공약을 무시해도 될 일인지 정개특위는 곰곰 따져보고 조속히 결론을 도출하기 바란다.
국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 정치가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며, 궁극적으로 지방정치의 실질적 독립을 통한 정치 활성화를 위한 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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