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윤 교수의 방사선 이야기 3

1895년 11월 8일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은 진공관 실험을 하는 중 새로운 빛을 발견하였다. 그는 1895년 12월 28일 ‘새로운 종류의 광선에 대하여’란 제목의 논문을 통하여 엑스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이 새로운 빛을 미지의 빛이란 뜻으로 엑스선(x-ray)이라 명명하였다. 그는 이 공로로 1901년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엑스선의 의학적 이용에 대한 최초의 보고는 술에 취해 등 뒤에 칼을 맞고 사지마비가 온 선원에서 엑스선을 사용하여 칼 조각을 찾아 수술한 것으로 저명 학술지인 란셋(Lancet) 지에 1896년 1월에 실렸다. 이 환자는 엑스선 덕분에 사지 마비로 부터 회복될 수 있었다. 이후 방사선 영상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오늘날 진단방사선과학 즉, 영상의학은 의학의 중요한 분야가 되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은 우라늄 혼합물로 부터 방출되는 방사능(radioactivity)을 1896년 처음으로 발견하였고, 2년 뒤에는 피에르 큐리와 마리 큐리가 방사성 동위원소인 폴로늄(Polonium)과 라듐(Radium)을 발견하였다. 엑스선과 라듐의 발견은 19세기말 인류의 2대 발견으로 불린다.

엑스선을 이용한 최초의 암 치료는 포도 모양의 털 융모막 상피 증식 질환을 오스트리아의 한 의사가 치료한 것으로 1896년에 보고되었고, 이어서 라듐 등 방사성동위원소도 암 치료에 이용되었다. 1930년대 이르러 방사선의 생물학적 작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축적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진단에 쓰이는 저 엑스선 발생장치가 암 치료에 사용되었다. 저 에너지 엑스선은 조직투과율이 낮아 심부 종양 치료 시 피부 및 피하부에 많은 양의 방사선이 흡수되어 심한 손상을 유발하였다. 1952년 코발트(Cobalt-60)가 장착된 원격치료기, 1957년 선형가속기의 개발은 방사선치료 발전의 일대 전환점이 되었다. 이러한 장치들은 일백만 전자불트 (l MeV) 이상의 고에너지방사선을 이용함으로써 조직 투과력이 높아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심부 종양의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다. 방사선 물리 및 생물학적 지식의 증가, 컴퓨터의 활용, 암에 대한 지식의 증진과 각종 진단 기법의 발달에 힘입어 현재 방사선치료는 암의 3대 치료법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 몸은 공기, 근육, 뼈 등 밀도가 다른 여러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엑스선은 조직의 밀도에 따라 흡수 정도가 다르므로 조사된 엑스선이 우리 몸을 투과 후 나오는 방사선량의 차이에 의해 흑백의 영상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영상을 통하여 우리 몸을 3차원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 것이 전산화단층촬영(CT)이다. CT를 개발한 공로로 영국의 고드프리 하운스필드는 1979년 앨런 코맥과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CT는 우리 몸의 구조를 잘 보여 주지만 세포 및 물질의 대사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것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다. PET는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의약품을 투여한 후 전산화 단층촬영과 유사한 방법으로 360° 모든 각도에서 측정되는 방사능의 분포를 재구성하여 영상화한다. PET는 다양한 종류의 방사성의약품을 사용하여 물질 대사를 분석함으로써 질병의 진단, 치료 방침 결정, 치료 반응, 신약 개발 등에 널리 사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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