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공증인/ 변호사)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안철수의 신당이 최대 이슈가 되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그 자신이 제3인물로, 이제는 그가 만들 정당이 제3당으로 정가의 최대 뉴스가 된 셈이다.

 현대 세계 정당체계의 주요한 특징중 하나는 보수/진보 양대정당이 지배적 정치행위자로 고착됨과 동시에 이에 도전하는 제3당, 제3인물의 계속적 등장이다. 유럽의 녹색정당만이 그러한 것이 아니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박찬종, 정주영, 문국현, 정몽준이라는 제3의 대선후보가, 뉴스의 관심권 밖이지만 미국에서도 양대정당에 도전하는 제3후보가 항시 등장하였다.

 

 이렇게 빈발하는 제3당, 제3인물의 정치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노동자나 빈민, 인종적 혹은 문화적 소수자, 환경운동, 반자본주의 등과 같은, 기존의 양당체계에서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계급·계층과 그들의 의제를 ‘정치’라는 제도화된 공식의 장으로 진입시키려는 집단적 의사와 노력이 제3당, 제3인물로 표현되는 것이다. 부자건 빈자건, 다수건 소수건, 기존의 정치경제질서의 반대자건 불문하고 공평하게 정치적으로 반영될 권리가 있다는 민주주의의 본질에 비춰본다면, 그러한 제3당, 제3인물의 등장은 반길만한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의 신당도 과연 그러한 제3당의 역할을 수행할까?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문제는 사회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어, 최소한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는 반면, 재벌과 극소수 부유층의 기득권 구조는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정치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그 원인은 (정치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우리 정당체계의 최대 문제인) 보수일변도의 양당체제와 진보정당의 미발전에 있다. 흔히들 우리의 새누리, 민주 양당은 너무 격렬하게 다툰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서·감정적으로만 그렇고, 이념·정책적으로는 종이 한장 차이에 불과하다. 낮에는 서로 멱살 잡고 싸우다가도 밤이 되면 형님 동생하며 술잔을 나누고, 언제 당적을 반대편으로 바꿔도, 상대편의 공약·정책집에 우리 당명을 오려붙여도 이념·정책적으로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더불어 앞서와 같은 사회경제적 갈등을 정치에 반영 해소할 진보정당은 견고한 보수 양당체제로 인하여 한 뼘도 안 되는 설 자리마저 잃어가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러면 안철수와 그의 신당은 어떠한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필자는 몇 번의 칼럼을 통하여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질서에 대한 대중의 불만에서 촉발된 것이지만, 실제의 그 신드롬은 귀착점은 새누리와 민주당 사이의 중간 지대로, 오히려 전복하겠다던 기성 정치질서의 한복판에 귀착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의 신당이 기성 양대 정당에서 탈락한 정치꾼들의 집합소가 될 것이라는, 새누리와 민주당 이념과 정책의 공약수를 뽑으면 그의 것이 될 것이라는, 심지어 그 자신이 당장 내일 새누리 혹은 반대로 민주당을 간다고 해도(필자는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하등의 이상할 것이 없다는 일반의 냉소적 평가는, 그의 신당이 보수일변의 양당체계에 추가되는 또 하나의 보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그 틈도 없어 보이는 보수 양당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고, 보수일변도의 양당에 또 하나의 보수가 추가된다고 하여, 무슨 문제가 있을까? 미국의 샤츠슈나이더(E. E. Schattschneider) 교수 이래로 확립된 정치적 공준중 하나는, 사회적 갈등축이나 정치적 의제는 서로 ‘경쟁적’이라는 것이다. 특정한 사회적 갈등과 의제가 지배적인 정치담론이 되면, 여타 갈등과 의제는 정치적으로 표현되지 못한 채 그대로 묻히거나 지배적 담론체계에 변질 왜곡된 형태로 반영될 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석기 의원 사태나 고위정치인의 부패 문제 등이 주요 정치쟁점으로 등장하면, 이런 단일의제로의 집중과 그에 따른 정쟁의 격렬화를 불러와(종북이나 공안정국 논쟁, 국정원이나 검찰개혁 등의 형식적인 제도개혁 논쟁이 이를 표현한다), 사회양극화와 경제민주화 등의 진보적 의제는 수면 아래로 사라져 버리거나 혹은 그러한 문제제기 자체가 기존의 진영논리에 의하여 종북적 주장 등으로 매도된다는 것이다.

 안철수의 신당은 ‘새로운’ 제3당도, 그렇다고 ‘무의미한’ 또 하나의 보수 사족(蛇足)만은 아니다. 그것은 보수끼리의 선거경쟁을 조금 더 흥미 있는 정치이벤트로 만들어, 사회경제적 의제를 중심으로 한 정치경쟁을 억압하고, 보수/진보 양당체제의 발전을 지체 시키는 ‘위험한’ 사족이 될 수 있기에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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