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호(청주시의회 의원)

 6.4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청주시의원으로 활동해온 지난 8년간의 경험을 되돌아볼 때 지방의회와 의원의 역할은 실로 막중함을 이야기 하고 싶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작금에도 지방의회와 의원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의회 무용론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집행부의 행정행위에 대한 견제, 감시 및 예산의 적절한 편성과 집행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 내의 각종 민원을 처리하고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 그 임무와 역할은 막중하다 할 것이다.
청주시의 경우만보더라도 연간 1조2000여억원에 달하는 예산에 대한 최종적인 심의?의결권을 의회가 행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감안할 때 지역에서 선출된 의원 개개인이 전자에서 밝힌 의원의 기본적 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갖추었느냐와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수십에서 수백억원의 예산이 절감될 수도 낭비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 지방의원의 역할을 단순한 봉사자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에 대하여 이는 상당히 잘못된 시각이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복잡?다양해진 현대 지방자치시대에서 의원들이 상대해야하는 집행부 공직자들은 수십년동안 해당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갖춘 간부 공무원들이다.
이들의 행정행위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고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1조2000억원이 넘는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대하여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의원은 어쩌면 집행부 공직자보다 더욱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식견과 경륜이 있을 때 의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방의원들도 이같은 엄중한 책무와 현실적 요구를 새겨, 전문성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자기 연찬과 연구가 필요하다.
그것이 지방의회의 존립 가치며 목적이기 때문이다. 또 지역주민의 기대와 요구를 새겨 이행하는 길이기도 하다.
주민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방의회 무용론을 극복하는 신뢰이기도 하다.
아울러 지역주민에게도 호소하고 싶다.
지방자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주민이 낸 세금이 올바르게 집행되고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의회무용론을 이야기함에 앞서 판단하고 고민해야 할 일이 있음을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거과정을 통하여 우리 지역의 후보자가 의원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갖춘 사람인지에 대한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과 혜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하고 친하다고 지연, 혈연, 학연 등에 기초하여 능력도 자질도 되지 않는 지방의원 선출을 계속할 때 지방자치 발전이 요원해짐은 물론 내가 낸 세금이 의미없이 새어 나간다는 사실을 간과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지방의회의 역할과 신중한 지방의원 선출이 중요한 이유다.
지방의회의 발전과 성장은 지방의원들의 지속적인 자기성찰과 계발이 우선하지만, 지역주민의 명민하고 준엄한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자질과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을 선택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지방의회는 지방의원들의 것이 아닌, 지역주민의 신뢰와 지지로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대의기관이라는 점에서 지방의원과 지역주민의 소통과 협력과 참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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