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리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 2010년 10월 이후 3년4개월 만에 다시 열리게 되는 것이다. 상봉 날짜는 한국 정부가 애초에 제의했던 이달 17∼22일보다는 3일 늦어지긴 했지만, 북한 측이 군사훈련 등 정치적인 사안과 연계하지 않고 행사를 치르는데 합의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남북이 모두 이번 행사를 상호 신뢰구축과 관계 개선의 시발점으로 삼고 싶어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 전쟁 통에 헤어져 지난 60여 년간 만날 수 없었던 부모 형제자매 등을 이제야 보게 된 이산가족들은 상봉 날까지 앞으로 보름 동안 온갖 생각으로 마음을 설레며 밤잠을 설칠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전쟁 때 가족들과 갈라지면서 불과 몇 달 아니면 길어야 몇 년 뒤에는 다시 만날 것으로 생각했으나, 결국 반세기가 훨씬 넘도록 헤어진 가족들의 생사 소식조차 듣지 못한 사람들이다. 남북한은 지난 2000년부터 10년간 모두 18차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이중 남북 각 200명의 이산가족이 만났던 14차 상봉을 제외하면 모두 남북 각 100명씩에 불과한 소규모 행사였다. 남한에서 지난 1988년부터 지난해 12월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9264명이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이산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은 1874명에 불과했다. 이달 하순 행사가 열려도 그 숫자는 2000명이 안 된다. 이산 가족전체 신청자들 중에서도 지난해에만 3841명이 사망하는 등 전체 신청자의 44.7%인 5만7784명이 지금까지 끝내 이산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한 채 고인이 됐다. 현재 생존자는 7만1480명이며 대부분이 80세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이산가족들의 고령화와 사망자 증가로 상봉장에 나갈 수 있는 이산가족들은 빠르게 줄고 있다.
이제는 남북이 진지하게 마주앉아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과감하게 바꾸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협의할 때마다 한국 측은 상봉 인원수를 늘리려고 하는 반면, 북한 측은 규모 확대를 꺼리는 모습을 보여 이산가족들의 애를 태웠다. 이런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몇 년에 한차례씩 북측이 커다란 시혜를 베풀듯이 합의하면 그때서야 겨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는 그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지난해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합의하고서도 막판에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행사를 취소했다. 그 때문에 죽기 전에 헤어진 부모 형제자매를 만날 수 있다고 좋아했던 이산가족들은 또 한번 무너진 가슴을 달래야 했다. 이런 일이 또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남북한 당국은 차제에 정치 군사적인 문제와 이산가족 같은 인도주의적인 문제들을 분리해서 다루는 방안에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남북 접경 지역에서 대규모로 또 상시적으로 만나는 방안과 화상 전화를 이용한 상봉을 수시로 주선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남북한이 신뢰구축과 관계개선의 출발점을 이산가족 상봉의 상시화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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