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논란에도 공기업의 고질적 문제인 방만 경영 사례가 끝도 없이 나오고 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공기업들조차도 직원 자녀 학자금, 경조금, 휴직급여, 의료비 등 과도한 복지 혜택을 주고 있다.
부채 상위 12개 공기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도로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예금보험공사, 장학재단이다.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최근 5년간 직원에게 지급한 복지 비용은 3174억원이나 됐다.
이 기업들의 2012년 말 현재 총부채는 412조원으로, 올해 정부 예산 355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이 기업들이 부채 때문에 내야 하는 이자비용만 하루평균 214억원이다.
석탄공사, 철도공사, 한전은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고, 철도시설공단과 광물자원공사는 1배 미만이다. 번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이 12개 회사는 직원 자녀의 보육비·학자금으로 5년간 2278억원을 지출했고, 경조금으로 604억원, 휴직급여로 183억원, 의료비로 108억원을 각각 썼다.
아무리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해도 이것은 지나치다.
심지어 해외에서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니는 직원 자녀의 학자금으로 수억원을 지원한 기관도 있고 직원 가족의 틀니 비까지 챙겨준 곳도 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국정감사를 비롯한 각종 감사에서 수없이 지적이 되는데도 시정되지 않고 끈질기게 계속되는 것을 보면 그 뿌리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국민 세금이 투입돼 공익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이, 그것도 엄청난 부채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면서 이처럼 돈을 쓴다면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일단 자기 호주머니만 챙기고 보자는 것인지, 막판에는 정부에 기대겠다는 것인지 무책임하기가 이를 데 없다.
2012년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순지원금은 출연금을 포함해서 43조 5000억원이나 됐다.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을 올해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세웠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공공기관 부채감축 계획과 방만 경영 정상화 계획 운용지침을 확정했다.
필수자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의 매각을 추진하고 과도한 복리후생은 공무원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감사원도 평소의 5, 6배의 인력을 투입, 대대적인 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최근 방만 경영 개선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과도한 부채로 물의를 빚은 18개 공공기관은 2017년까지 기존 계획 대비 40조원의 부채를 추가로 줄이겠다고 했다.
과연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사라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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