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일(극동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지난 7일 밤 개막식을 시작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우리나라는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 총 71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임원 49명을 포함하여 전체 선수단 규모가 120명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4개 이상을 획득해 3회 연속 세계 톱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피겨여왕’ 김연아의 현역 마지막 무대를 비롯하여 스피드 스케이팅 이상화와 모태범의 올림픽 2연패 도전 등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전통적인 올림픽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의 활약도 예상되고 그간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스키 종목에서도 여러 유망주들이 출전하여 새로운 스타 탄생이 기대된다. 무엇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앞으로 2주 동안 시청자들은 매일 밤 TV로 생중계되는 국가대표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함께 기뻐하고 때로는 안타까움에 잠 못 이루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시청자들이 올림픽 중계방송을 즐겨보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 중계로 인해 기존의 정규 프로그램이 결방하거나 방송시간대를 옮기면서 시청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소치는 우리나라보다 시차가 5시간 늦기 때문에 프라임타임에 주요 경기가 몰릴 수밖에 없다.

  채널이 2개인 KBS는 1TV를 중심으로 올림픽 중계를 하기 때문에 2TV 프로그램들은 정상적으로 방송되지만 MBC와 SBS는 그렇지 않다. 당장 오늘만 해도 MBC는 월화드라마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는 ‘기황후’가 결방하고 그 시간에 모태범이 출전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500미터 경기를 생중계한다. 12일 밤에는 ‘라디오스타’가 결방하고 주말인 15일에는 ‘무한도전’, ‘세바퀴’, ‘음악여행 예스터데이’가 잇따라 방송을 쉬게 된다.

  SBS도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를 결방하기로 했다. 종영을 2주 앞둔 화제의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시간을 앞당겨 밤 9시 35분부터 방송하기로 했다. 지난 주말 쉬었던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돌아오는 15일에는 약 한 시간 늦은 10시 45분 방송할 예정이다. 평일 심야 예능 프로그램은 거의 다 결방하고 주말인 15일 저녁 ‘놀라운 대회 스타킹’만 1시간 앞당긴 오후 5시에 방송한다.

  그나마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지상파방송 3사가 종목을 나눠 방송하고 중요 경기에 대해서도 제비뽑기 형식으로 순서를 정해 방송하는 등 과잉중계를 막기 위한 협력을 하면서 조금 나아진 것이다. 그 전에는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3사가 똑같은 내용을 동시에 중계하는 등 전파낭비를 일삼아왔다. 4년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SBS가 중계권을 독점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기존의 합의를 지키되 개폐막식과 광고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 경기만 공동중계하기로 했다.

  그러나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올림픽 중계에서 시청자의 권리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편성조정으로 인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는 시청자의 불편은 배려되지 않는다. 중계방송을 보면서도 불편함은 여전하다. 경기를 차분히 중계하고 분석해야 할 캐스터나 해설위원들이 본분을 망각한 채 툭하면 흥분하거나 편파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도 많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국가대표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애국주의적 발상이 깔려 있는 듯하다. 그나마 방송사의 관심은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일부 선수들에게만 집중될 뿐 비인기종목이나 순위가 낮은 선수들의 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진정한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방송사의 의식 전환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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