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진천지역담당 무장

 

혹자들에게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유영훈 진천군수가 국가적 재난 사태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퇴치를 위한 전쟁을 진두지휘하면서 용장다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줘 지역사회 관심을 끌었다.
유 군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후 매일 강행군을 펼치며 살처분 현장과 초소지를 방문해 공무원 등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한편 농가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반경 3㎞ 위험지역 내 닭 살처분을 놓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요구를 한동안 거부해 지역사회 회자가 됐다.
자칫 중앙정부에 대한 '항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추가로 AI가 추가로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자식 같이 키운 오리·닭을 땅에 묻는 축산농가 입장을 고려하면 유 군수의 선택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지난달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살처분에 연인원 800명이 투입되는 등 계속되는 살처분과 방역 초소 운영에 동원된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는 수행치 못한 채 피로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예산 문제를 뒤로하더라도 만일에 대비한 살처분 명령은 유 군수를 고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유 군수는 지난 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AI 확산 우려가 크다며 내린 살처분 지시를 어쩔 수 없이 수용했지만 가금류를 땅에 묻는 농민의 심정과 살처분 전쟁을 치러야 할 직원들의 실정을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 자치단체장의 말 못할 고민을 보면서 해마다 겨울철에 되풀이되는 재난사태 수습이 꼭 일괄 살처분이어야만 하는 지, 또 다른 해결책은 없는 지, 정부 차원의 방역 매뉴얼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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