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월 다양한 예술영화 잇따라

영화계는 바야흐로 아카데미상의 계절이다. 아카데미상의 꽃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이 잇달아 선보인다. 주로 미국 메이저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밀도 높은 드라마들이다.
여기에 드라마보다는 이미지가 풍부하고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유럽아트영화와 독특한 소재들을 선보이는 한국독립영화들도 개봉해 미국 영화와 흥행 대결을 펼친다.
 
●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 잇달아 개봉 
‘그래비티’와 함께 10개 부문에 지명된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아메리칸 허슬’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희대의 사기꾼 어빙(크리스천 베일)과 시드니(에이미 애덤스)가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리치(브래들리 쿠퍼)에게 붙잡히고, 죄를 탕감받고자 마피아와 정치인을 상대로 희대의 사기극을 펼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할리우드 최상급 프로덕션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배우들의 연기, 잘 짜인 플롯,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 조명과 화면의 질감은 할리우드 A급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놀라운 수준이 느껴진다.
스티븐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도 9개 부문에 올랐다. 그동안 ‘아메리칸 허슬’과 여러 차례 맞붙어 호각을 이뤘다. 아카데미에서도 작품·감독·남우 주연·남우 조연·여우 조연·미술·의상·편집 등 8개 부문에서 자웅을 겨룬다. 이번 영화상에서 실질적인 2파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영화는 이달 27일 개봉한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작품상·남우주연·남우조연·각본상·편집상·분장상 등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HIV 양성반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자가 치료 약물이 몸을 더 망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정부와 제약회사를 상대로 싸운다는 내용을 다뤘다. 다음 달 6일 개봉한다.
 
● 묵직한 유럽아트영화 
유럽아트영화 중에선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이 가장 눈길을 끈다. 프랑스 아르노 데 팔리에르 감독이 독일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소설 ‘미하엘 콜하스’를 바탕으로 연출했다.
영화는 말 상인인 미하엘 콜하스가 남작의 부당한 대우에 분개해 난을 일으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전적인 이야기에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상기시키는 엄정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더 헌트’로 2012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즈 미켈슨이 콜하스 역을 맡아 품위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할리우드 영화들에 비해 묵직하지만, 이야기 전개는 느리고 내용은 다소 무겁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마지막 황제’(1987)로 친숙한 이탈리아의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미앤유’를 선보인다. ‘몽상가들’(2003) 이후 약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니콜로 아만티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로렌조가 이복 누나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 변하는 모습을 담았다. 소년의 성장을 담았고, 다양한 음악이 나오는 음악 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인 디스 월드’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던 영국의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트리쉬나’를 선보인다. 다음 달 20일 개봉한다.
 
● 독특한 소재의 한국 독립영화 
한국 독립영화들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낮술’로 주목받은 노영석 감독은 ‘조난자들’을 들고 관객들과 만난다.
‘조난자들’은 홀로 깊은 산 속 주인 없는 펜션을 찾은 허세 가득한 남자 상진이 동네 청년 학수를 만나 도움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전과자, 경찰관 등 펜션에 모여든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의심과 폭력을 다뤘다. 예상을 뒤엎는 기발한 스릴러라는 평가와 함께 해외 영화제에서 격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영화는 다음 달 6일 개봉한다.
형 박찬욱 감독과 함께 연출한 ‘파란만장’으로 지난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서 황금곰상을 받았던 박찬경 감독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섞여 있는 독특한 영화 ‘만신’을 선보인다. ‘만신’은 무녀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영화는 다음 달 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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