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혼인빙자간음죄 위헌규정으로 죄 성립 안돼

(문) 저는 乙의 결혼약속에 속아 성관계를 맺었는데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결혼하자고 독촉하였더니 乙은 결혼시일을 미루자고 하더니 이제는 연락조차 잘 받지 않습니다. 뒷조사 해보니 乙은 유부남이었습니다. 이 경우 저는 혼인빙자간음죄나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답) 乙의 행위는 형법상 혼인빙자간음죄에 해당하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혼인빙자간음죄 처벌 규정이 위헌판결을 받아 지금은 처벌되지 않습니다. 사기죄는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한하므로 乙은 사기죄로도 처벌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乙이 결혼약속을 하면서 질문자로부터 반지와 같은 혼인예물을 받았거나, 돈을 빌린 적이 있는 경우에는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1. 종래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하면 형법 304조의 혼인빙자간음죄가 성립하였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2009. 11.26. 2008헌바58 결정으로 혼인빙자간음죄는 위헌규정이 되었고 더 이상 처벌되지 않습니다. 혼인빙자간음죄가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논의를 수용하였던 것입니다.

2. 형법 347조의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위 사안에서 乙이 결혼약속을 하고서 질문자와 성관계를 맺은 것을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乙의 행위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최근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었던 전직 검사가 뇌물죄로 처벌받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바 있으나, 뇌물죄의 이익이란 재산적 이익이나 비재산적 이익을 불문하고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이익이면 족하기에, 위 사안에서의 乙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없는 경우와는 다르다 할 것입니다. 하지만, 乙이 결혼약속을 하면서 질문자로부터 반지나 시계와 같은 혼인예물을 선물 받았거나, 돈을 빌렸다거나, 심지어 결혼약속 후에 데이트비용을 질문자에게 부담케 하였다면, 이는 乙이 질문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3. 이 외에 乙은 형법 241조 1항의 간통죄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상태이지만, 처벌되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합니다. 유부남이라는 점을 인지하고도 성관계를 가졌다면 질문자 역시 간통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법률사무소 태광 박진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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