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충북생생연구소장)

3년여를 써온 칼럼을 마치면서 우리 정치의 후진성에 대해 쓰게 되어 유감이다. 정치는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법령이나 정책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은 점이 너무 많아 안타까움을 느낀다. 우리나라 정치는 결코 선진국 정치라고 할 수 없다. 사회의 모든 부문이 빠르게 변화하고 잇는데 정치만은 변화할 줄 모른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의 정치의식 수준이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몇 가지에 대해 살펴본다면 우선적으로 공천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 도대체 선거가 코앞인데 어떻게 후보자를 내 세울 것인지에 관한 규칙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공천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리 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또 공천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에서 기초단체장은 당원투표 50%,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 50% 이고 도지사는 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참여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 로 하는 안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민참여선거인단 제도는 여야가 동시에 채택하지 않을 경우 역선택이 가능한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그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어쨌든 이미 선수들은 경기장에 들어와 있는데 어떤 규칙으로 경쟁이 될 지도 모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경쟁 규칙은 경기 훨씬 전에 만들어 져야 하고 한 번 만들어진 규칙은 그때그때 유불리에 따라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운동 규칙도 모순점이 너무 많다. 사전선거운동 금지라는 명목으로 새로이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이 자신의 출마여부와 자신에 대해 알리기 위한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심지어 자신의 경력이 담겨 있는 명함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신진 정치인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차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앙에서 활동하는 기존 정치인들이 제대로 지역구 활동을 못하다 보니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쟁자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에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면 기존 현직자들이 갖고 있는 프리미엄과 정치 입문자들이 갖고 있는 불리함에 대해서도 형평성을 맞추어 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한 모순이 있는 것은 선거법을 현직 국회의원들이 만들다 보니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해 본 경험에 의하면 법대로 허용된 3-4개월의 기간으로는 정치 신인이 자신을 알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왜 어디에 출마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자신을 알리기 위해 명함을 돌리는 것과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알리는 것을 금지해야 하는가? 왜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막는가? 선거운동을 공정하게 관리한다고 하는 것이 당초에는 금품선거와 허위사실 유포 등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시작되었는데 공정성의 개념을 너무 폭 넓게 적용하다보니 위에 제기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금품선거 등 불공정한 선거를 철저히 막되, 너무 광의로 적용되는 공정성의 개념에 대해 다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줌마 떡도 싸야 산다는 것은 시중에서 흔히 통용되는 진리다. 조그만 것도 일일이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우리 생활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이해관계가 큰 정치 지도자를 뽑는 데는 무관심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상품을 팔려고 하는 측(정치인)의 홍보 노력도 중요하지만 상품을 사려고 하는 소비자들(유권자)의 좋은 상품을 사려고 하는 합리적인 구매노력도 같이 있어야 한다. 선거전문가들에 의하면 요즘 우리 정치에 있어서 비전이나 정책, 그리고 실천능력 보다는 친소관계나 이미지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합리적인 구매를 촉진하는 제도적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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