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나이반도 동북부 타바 국경초소에서 16일 한국인 32명이 탄 관광버스에 폭탄테러가 발생, 한국인 3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치는 참사가 빚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타바 국경초소에 도착한 한국인 탑승 버스에서 현지 가이드가 출국 수속을 위해 내렸다가 다시 탑승하려는 순간 테러범이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사상자들은 교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터키, 이집트,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나선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교인 31명과 가이드 2명 등 한국인 33명과 이집트인 2명 등 35명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겨냥한 반인륜적 테러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분과 유가족에 위로의 뜻을 전한다. 한국정부는 부상자 치료 등 사고수습과 함께 한국 성지순례객들이 많이 거쳐 가는 시나이 반도 일대가 정정불안으로 폭탄, 총격 사건이 많은 만큼 추가 테러 피해 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해야할 것으로 본다.
과격 이슬람 단체인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성지를 지키는 사람들)'은 이번 테러 사건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번 테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즉각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유엔 안보리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언론성명에서 "그 어떤 형태의 테러 행위도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에 해당함을 재확인 한다"면서 "모든 테러 행위는 그 의도와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행해졌는지를 불문하고 범죄행위이며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안보리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하며 이런 극악한 행위로 피해를 본 모든 사람과 한국 및 이집트 정부, 국민에게 위로를 표한다"고 밝혔다.
테러를 당한 진천 성지순례단은 카이로에 도착해 시나이 반도의 한 수도원을 방문하고 타바를 거쳐 이스라엘로 들어갈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이 한국인을 특정한 테러라는 정황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시나이 반도는 성서에서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나이 산이 있어 한국인 성지순례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그만큼 테러 대상이 될 개연성도 높은 지역이다. 2년 전에도 한국인 성지순례객 3명이 베두인족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 사건은 2004~2006년 시나이 반도 남부에서 120명이 희생된 이후 처음 일어난 관광객 테러 사건이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이 축출되고 정부군과 경찰을 겨냥한 폭탄, 총격 사건 등이 빈발하는 등 치안 상황도 불안정한 지역이다.
이처럼 치안 상황이 극도로 불안하지만 한국 관광객들의 성지 순례 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2월 중 성지 순례를 위해 시나이반도를 방문했거나 방문 예정인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정부는 2년 전 한국인 관광객 피랍 사건 이후 시나이 반도 여행 경보를 `여행 제한'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는 한국의 계절적 요인이나 현지 여행사의 상황을 미뤄봤을 때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 발생 직후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해 즉각 철수를 권고했다. 하지만 최근의 이집트 정정 불안을 고려할 때 앞으로 반정 무장세력들이 이집트 정부를 압박할 목적으로 관광 산업을 겨냥한 공격에 나설 개연성도 없지 않다. 외교ㆍ관광 등 관련 당국이 현지 여행사뿐 아니라 국내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각별한 주의 환기와 여행 자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세부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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