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수필가)

지구인의 축제인 2014 동계올림픽으로 러시아의 소치가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88개국 선수들이 모여 15개 종목의 98개 경기가 15일간의 대장정으로 치러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대표 선수 71명을 비롯한 임원 등 총 120명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선수단이 참가하였다. 분명 지구인의 축제이지만 사람의 기량을 뛰어 넘는 놀랄만한 실력을 보여주는 각국 선수들로 연일 감동의 연속이다. 우리나라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그렇고 빙속여제(氷速女帝) 이상화가 그렇다.
  20일과 21일 경기를 앞두고 있는 김연아의 연습 현장이 화제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김연아의 훈련을 지켜본 ‘스포츠호치’는 “김연아가 순조롭다”고 평했다. TV를 통해 김연아의 연습 현장을 보면서 그 유연한 몸놀림이 믿음직스럽고 의젓하여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연습 장면을 접한 누리꾼들도 “ 피겨의 여신이 돌아왔다” “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 정말 아름답다” 등의 좋은 반응을 보였으니 반가운 일이다. 완벽한 준비로 금메달을 다시 거는 쾌거를 꼭 이루어주기를 기대한다.
  모태범, 이승훈 같은 기대주의 메달 획득 실패로 의기소침해 있던 국민들의 웅크린 가슴을 활짝 열어준 것은 이상화였다. 어딜 가나 이상화 얘기가 화제의 중심에서 꽃을 피운다. 가뭄에 단비 같은 금메달 2연패 소식에 환호가 터져 나왔고 손에 땀을 쥐게 하던 아슬아슬한 순간의 숨 막히는 장면은 보고 또 보아도 싫증이 나질 않는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 이상화,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어 세계를 평정했다. 참으로 장하고 대견하여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은 마음이다.
  ‘올림픽 메달은 신이 주는 것’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저마다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고  4년여을 벼르고 벼른 각고의 노력 끝에 경쟁하는 대회이니 우열을 가리기도 결과를 예측하기도 힘들다. 잘 달리던 선수가 다른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져 탈락되는 장면을 보며 그런 생각은 더욱 절실했다. 이상화는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 같다’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선전하여 온 국민의 막혔던 가슴을 뻥 뚫어주었다.
   빙속 500m 경기에서 이상화 선수가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는 모습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다. 이 선수는 누구도 따라갈 수없는 홀로 우뚝 솟은 압도적인 실력이었다. 그는 이미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 7회에서 우승했고, 세계신기록을 4번이나 갈아치웠다. 외신들도 “그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가 실수하길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까지 했다.
  스물다섯 살, 키 165Cm , 몸무게 62Kg이라는 결코 뛰어나지 않은 동양인의 신체조건임에도 금메달 획득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우리를 숙연하게 하는 것은 그렇게 큰일을 해내고난 그의 의연한 태도와 강인한 정신력이었다.
   우리의 자랑이며 희망인 이상화. 그가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살림이지만 딸의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 한 부모의 성의와 일찌감치 철이 들어 스스로를 강하게 다스리고 끊임없이 도전한 그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이상화의 발은 거듭된 훈련과 끊임없는 부상으로 굳은살이 박였고 무릎에 물이 찬 상태에서도 어려운 훈련을 자청했다. 허벅지까지 하지정맥류가 올라왔으나 올림픽 출전을 위해 수술을 미뤘다. 흔들리지 않는 진지하고 우직함으로 고통스러운 훈련을 견뎌냈으니 오직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었다.
  이상화는 메달 세레머니에서 금메달을 걸고 손을 번쩍 들어 환하게 웃었다. 이어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태극기가 게양되자 끝내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았다. 2연패의 감격과 그동안의 설움이 복받쳐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간의 뼈를 깎는 각고의 훈련이 뇌리를 스쳤을 테고 목표를 이루었다는 기쁨의 눈물이기도 했을 테니 그 눈물의 의미는 참으로 깊다. 그 가치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값진 것이니 고독한 싸움을 이겨낸 빙속여제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금메달만이 값진 것이 아니다. 여자 쇼트트랙 1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열일곱 살 심석희의 장한 모습은 또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영국선수의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동메달에 그친 박승희의 선전도 아쉽지만 자랑스럽다. 넘어졌다 일어나고 재차 넘어졌지만 끝까지 해낸 그 투지가 금메달감이 아닌가.
  남은 경기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도 이 정신을 이어받아 좋은 성적으로 이번 올림픽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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