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이르면 8월부터 시행된다. 특별법은 초·중·고교 및 대학의 정규 교육과정과 '방과 후 학교' 과정에서 선행교육은 물론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도 하지 못하도록 못박았다.
법에 의하면 학원·교습소 등 사교육 기관은 선행교육을 광고하거나 선전하지 못하게 된다. 초·중·고교 및 대학의 입학 전형은 입학 단계 이전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면 안 된다.
선행학습을 막을 법적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 특별법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사교육 기관에서 배운 것으로 가정하고 배우지도 않은 내용을 수업하거나 시험에 출제하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학교 교육에서 종종 벌어졌다. 이러면 학생들은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 의존이 심화하고 공교육은 파행을 겪는 결과가 나타난다.
사교육 시장에서 선행학습은 갈수록 도가 지나쳐 심지어 초등학생들이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는 어이없는 일도 생겨났다.
학교에서 공공연히 선행학습을 하니 학생들은 사교육 시장을 찾고, 학교는 이런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느라 또다시 선행학습을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선행교육과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가 금지되면 선행학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적어도 공교육에서 선행교육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의 선행학습이 반드시 학교교육과 학교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사교육은 최종적으로 대학입시를 위한 것이다.
현재의 입시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없는 상황에서 학교에서 선행학습이 금지된다고 해서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번 특별법의 가장 큰 문제는 사교육 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학원에 대한 규제는 선행교육을 광고하거나 선전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 규정도 명시돼 있지 않다. 선행교육 광고를 못하게 한다고 해서 학원에 가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 법이 시행돼도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을 하는 데는 사실상 아무런 제한이 없다. 오히려 학교에서 선행교육을 하지 않아 불안해진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러 학원으로 몰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선행교육의 비중을 따져본다면 공교육보다는 사교육 시장이 심각하다. 이번 특별법으로 학원이나 과외시장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선행학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교과 진도에 맞춰 심화학습, 예습, 선행학습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시험을 낼 때도 해당 문제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 가리기가 어려워 학부모나 학생이 문제제기를 할 경우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교육청이나 학교 차원에서 상세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 법이 '상징적 의미'를 갖는데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보다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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