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10년전 대학강사 시절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기탁한 적이 있다. 대학강사 신분으로서 당시로서는 큰 돈을 쾌척한 것은 눈치 안보고 소신있게 의정활동하는 모습과 특권의식이 없는 그에게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모 국회의원은  국회도서관에서 밤새며 자료와 책을 보며 의정활동에 임했다고 한다. 또한 불의에 항거하기도 하고 부정부패에 싸우기도 한 의원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국회의원들이 너무 많아 국민들의 불신과 비난이 팽배하고 국회무용론까지 나오기도 한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일반 국민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권한탓이라고 본다. 절대권력에 부패는 탄생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너무많은 특권이 있다고 한다. 물론 외국 국회의원들도 이런 권한을 가졌겠지만 우리나라처럼 특권의식과 권위주의에 물든 경우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 있다. 불체포특권은 우리나라 헌법44조에 규정되었는데 즉“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중에 석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면책특권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이런 특권조항을 악용하여 부정부패에 연루된 동료 국회의원을 감싼다든지, 문지마식 폭로, 인신공격적 비방을 서슴치 않았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규정에도 불구하고 우리국민에게는 없는 이런 권한을 가진것은 평등권에도 위배된다고 본다.   

지난 3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치계가 추진해야할 개혁방안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이번 개혁방안은 상당히 혁신적인 내용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챙기는 수익금이다. 억대가 넘은 큰 규모의 자금을 벌 수 있어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지망생에게 손해 볼 것 없는 호기인 셈이다. 본인 스스로 쓴 책도 있겠지만 대필업자에게 맡겨 출판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 비용·수익과 관련, 정치자금법에 준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고 관리 감독을 받게 해서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잘한 일이다. 또한 공직자 행동강령처럼 국회의원들도 5만원을 초과하는 선물이나 향응을 받지 못하도록 했고 식사도 3만원 이하만 허용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2월 국회에서 통과시켜 부정부패 근절을 위한 공직자의 엄격한 윤리규정을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키로 했다고 한다. 이것은 100만원 이상 받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직무 관련 금품을 받은 공직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주민소환제를 실시하려고 한다. 현재 주민소환제는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에 적용되고 있는데 국회의원도 적용하려고 한다. 국민소환제는 소환을 통해 재신임을 물을 수 있는 민주적인 견제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 윤리감독위원회 설치라고 볼 수 있다.이것은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윤리 준수 및 부정부패 감시를 위한 상설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의회·정부·정당으로부터 독립적이고 법적 규정력을 지닌 기관으로  설치하여 의원이나 정치인들의 선물 및 향응, 출장, 경조사와 후원회 등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국회윤리감독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조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위와같은 개혁방안은 여야가 합의만 하면 당장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은 헌법을 개정해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중요한 점은 정치개혁이 국회기능이 활성화하고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의정활동이 너무 위축되서도 안되며 선거때표를 의식하여 잠깐 홍보하는 식으로 끝나서도 안될 것이다. 이번 정치개혁방안을 여야가 진지하게 숙고하여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특권개혁방안이 정치문화의 선진화와 시금석이 될 수 있길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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