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사회학박사)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양성평등은 법 앞에서의 만인의 평등이라는 개념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당연한 권리이며, UN도 이미 1979년에 제정된 ‘여성차별철폐협약’에서 이를 명시하였다.
양성평등이 정착된 사회에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동등한 가치, 권한, 그리고 영향력을 가지고 사회를 형성하고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성차별이 없는 양성평등 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로는 크게 보아 ‘권한과 영향력의 동등한 배분’, ‘경제적 형평성 확보’, ‘가사 및 양육부담의 동등한 배분’,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근절’ 등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권한과 영향력의 동등한 배분이란 사회를 형성하고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의사결정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회, 광역의회, 기초의회 등 모든 대의기구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등 행정집행기구의 구성에 있어서 여성의 대표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각종 공공기관 및 공기업에서의 양성평등을 달성해야 할 것이다. 대의기구, 행정집행기구, 그리고 모든 공공부문에서의 양성평등 확보는 민간기업 및 민간기구의 이사회 및 관리직에 있어서 여성의 대표성을 유도해 낼 수 있는 절대적 필요조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 형평성의 확보란 교육 및 노동시장 참여에 있어서 성별 구분에 의한 차별이 없어야 함을 의미한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하며, 이와 함께 특정한 교육 영역에 성별 쏠림 현상이 나타나 이러한 현상이 노동시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강구되어 할 것이다. 노동시장에서는 취업, 보수, 업무 배치, 승진, 관리직 진출 등에 있어서 성별에 의한 차별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양성평등 사회의 구현은 남녀가 동등하게 교육의 기회를 향유하고 노동시장에 참여함으로서 경제적으로 동등한 위상을 차지할 수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사 및 양육부담의 동등한 배분은 여성이 자유롭게 소득획득 활동 및 다양한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절대적 조건이며, 가정에서의 양성평등은 노동시장에서의 양성평등 달성에 필수불가결한 요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남성이 여성과 동등하게 가사 및 양육에 종사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구축과 사회적 인식의 확산이 지속적으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가사, 출산, 양육 등과 같이 보수가 주어지지 않는 근로에 대해서도 경제적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가사 및 양육에 있어서의 양성평등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근절은 비단 양성평등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사회적 규범이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 역시 여성과 남성은 자신의 신체, 성생활, 생식에 대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지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가정 및 사회에서의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이와 같은 권리와 기회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중요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네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사회전반에 걸친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의 확산이다.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제고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교육은 양성평등 인식의 전환에 한계가 있는 성인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아니 되며 성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함으로서 장기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양성평등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양성평등에 대한 의식과 문화는 성별, 계층, 연령,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므로 각각의 현실과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제공함으로써 양성평등의 개념을 전 국민의 중요한 가치로 확립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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