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당·정·청 수뇌부에 신속 추진 당부

여권이 법안을 발의할 때 재원 확보 방안을 의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는 이른바 '페이고(PAYGO·pay as you go)' 제도를 국회의원 입법에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23"의회 선진화의 일환으로 당과 정부·청와대가 함께 '페이고' 관련법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성안해 국회에 제출하는 법안은 '페이고' 원칙이 적용돼 재원 마련 대책과 예산 추계안 등을 포함하지만, 의원 발의 법안은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여권의 움직임에는 입법의 책임성과 법안 심의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예산의 무분별한 낭비를 막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참모들은 물론 새누리당 지도부에게도 '페이고' 도입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일일이 챙겨 묻고 신속한 제도 도입을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당··청 수뇌부는 직·간접 접촉을 통해 지금까지 여당 의원들이 산발적으로 국회에 제출한 페이고 관련법들을 묶어 당론으로 입법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회에는 새누리당 김무성·이한구·이노근·이만우·이완영 의원이 제출한 페이고 도입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는데, 예산 추계를 의무화하는 이완영 의원의 법안을 중심으로 대안을 만들 계획이다.

여야는 지난주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제도개선소위를 열어 일단 의원 발의 법안에 비용 추계서를 첨부하는 방안까지는 의견을 모은 상태이다.

윤상현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주 국회 운영위 운영제도개선 소위에서 페이고 법안에 대해 심사를 했다"면서 "일단 이완영 의원 법안을 중심으로 해서 의원 입법도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계서를 만들어 붙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페이고 제도를 의원 입법에도 도입하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치우쳐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법안의 발의를 막을 수 있다.

미국 의회는 재정 적자 해결이 최우선 과제였던 1990년대 초반에 페이고 제도를 도입했고, 프랑스 의회 역시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의원 입법의 자율성이 침해되므로 정부 입법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예컨대 '무상급식법'과 같은 법안을 제출하려면 사전에 막대한 예산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는 만큼 야권에서 이를 반대할 가능성이 커 논란이 예상된다.

재정 전문가인 이한구 의원은 페이고 법안과 관련해 "야당에서는 법안 발의권을 제한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그게 아니라 예산과 규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국회의원들이 미리 알고 표결하라는 것"이라며 "포퓰리즘을 통제하지 못하면 국가 재정이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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