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사관학교가 졸업식을 불과 1주일 앞두고 ‘남녀 차별’이라는 여론의 압박을 받아 부랴부랴 대통령상 수상자를 남생도에서 여생도로 바꾸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공사는 27일 치러질 62기 졸업식에서 종합 성적 1등의 여생도 대신 2등의 남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수여할 예정이었다.
4년간 수석을 차지한 여생도에게는 한 단계 아래인 국무총리상을 주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차석자가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것은 통상적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어서 여성에 대한 불이익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여야 의원들이 차석이 대통령상을 받게 된 과정에 의문을 표시하고 모호한 심의 기준에 질책을 가하자 이영만 공사 교장은 재심의를 약속했다.
결국 공사측은 교육운영심의위원회를 열고 관례대로 수석을 차지한 여생도에게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상을 수여하기로 당초의 결정을 번복했다.
이 교장은 국회에서 “졸업서열 1위가 대통령상을 수상하지만 단서조항으로 결격 사항이 있으면 운영위 심의를 통해 정한다”면서 “종합 성적은 4년간 1등이지만 자기 계발노력과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등에선 2위 생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져 여성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졸업성적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투지와 성실성, 근면함을 보인 여생도에게 이러한 상등급 강등 이유가 타당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수석졸업자가 대통령상에는 부적격이고, 총리상에는 적격이라는 결정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이번 결정으로 당사자인 여생도는 물론이고 여성의 한계에 도전하며 당찬 공군을 꿈꾸던 많은 여생도들이 큰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뒤늦게나마 관례대로 대통령상 시상이 이뤄지게 된 것은 다행이다.
여야의원들의 집중적인 관심으로 문제가 시정되긴 했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는 않다.
여생도들이 ‘금녀의 벽’을 뚫고 상대적인 체력의 한계를 강한 정신력으로 극복하며 놀라운 성취를 이뤄내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성차별적 의식의 장벽’이 여전히 굳건함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군대와 같은 남성 중심의 분야에 뛰어든 소수의 선각자적 여성들이 능력을 평가절하당하고 부당한 사유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평가시스템을 확립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성 대통령 등장 이후 사회 각계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일고 있는 듯하나, 그런 노력이 얼마나 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남녀 평등의 현실을 뿌리 내리게 하는 것이 얼마나 험난하고 요원한 과정인지 이번 사례는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일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여성차별적 시각을 되돌아보고 양성평등시대의 실현을 앞당기는 한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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