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희 팔(논설위원, 소설가)


 영칠이 각시가 친정에 갔다 오는 걸 보고 동네아낙들이 몰려간다. “그래, 어떻든가?” “괜찮든가?” “그쪽사정 말이야?” 다투며 물어도 영칠이 각신 아무런 대답이 없다. “좋아?” “나뻐?” 그래도 묵묵부답이다. 무엇이 그리도 궁금하며 왜 대답이 없는 걸까.

 2년 전 일이다. 남정네들이 모인 자리다. “못난이가 시집을 간다구?” “아직은 아녀. 선을 보러 온다는겨.” “누가 중매를 스는 건데?” “영칠이 각시가 스나벼. 친정동네총각이라지 아마.” “선이라는 게 그 사람의 됨됨이를 가려보는 일인데, 선보는 사람들이 어디 그런가, 대개가 외양에 치우치지 그게 걱정되는구먼.” “그려, 걔 사팔눈이나 아녀야지.” “왜 아녀, 한쪽 눈길은 뭘 보고 있는데 다른 쪽 눈길은 딴 데를 보고 있으니 영락없이 곁눈질로 흘겨보는 것 같아서 말이야.” “우리네는 늘 보니께 그게 인제 은근한 정을 나타내는 눈짓으로 보이지만서두.” “코가 납작하고 쪼그마면 입이라도 커야지, 이건 입이냐구 대추씨 하나 발라낼 정도니 누가 봐도 눈에 설어. 남자 코는 커야 하고, 여자 입은 작아야 한다 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말여.” “근데 거기다 키는 왜 또 난쟁이 똥자루만 햐. 하기는, 가재는 작아도 바위를 지고, 여자는 작아도 남자를 안는다는 말도 있긴 있지.” “맞어, 여자가 아무리 작아도 남자를 안고 그 재미를 보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이거제.” “그건, 팔은 안으로 굽는 우리 동네사람들 얘기구, 아무리 그렇더라도 우리도 막상 선보는 입장이라면 이런 못난이 같은 외양엔 백번 망서릴껴 안 그려?” “오죽해 ‘못난이’인가. 하지만 인정스럽구 효성스럽구 우애로운 그 진면목을 선보는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데 그게 걱정스러워.” “여하튼 두고 보세, 영칠이 각시가 자기 친정동네총각한테 중매서는 거라니까 못난이에 대한 겉 사정 속사정 다 말했을 테니까.”

 못난이 선보러 온다는 소리를 듣고 동네아낙들이 영칠이 집으로 모여들었다. “새댁, 어련히 알아서 하는 걸까마는 이번 못난이 선보는 일 성사될 가망성이 있는겨?” “무슨 말씀인지 아는데유 이쪽은 우리 시집아가씨 벌두 되구, 그쪽은 친정집 일가 되는 총각이라 한번 힘써 보는기유.” “고마운 일이제. 근데 이쪽 집 사정이나 못난이에 대한 건 다 얘기 했겄지?” “다 사실적으루 얘기했어유. 인자한 양부모 다 기시구, 알토란같은 남동생두 하나 있구, 사는 거 삼시 굶지 않구, 당사자는 집안 살림 맡아하면서 부모님 지극정성으루 받들구유 남매간두 우애롭게 지낸다구유.” “아니, 그건 다 맞는데 못난이 외양 말여 그건 얘기 안했어?” “했지유.” “뭐라구?” “사람을 빤히 마주 쳐다보지 않구 살짝살짝 곁눈질로 흘겨보는데 그게 정다워 보인다구유.” “또?” “입은 헤벌리지 않구 꼭 오므리구 있어 마치 갓난아기 젖 모금 오물거리는 모양이라 했구유.” “그리고 몸과 키는?” “가냘프고 아담해서 부지런하기가 참새 날 듯 한다 했구유.” “그렇게 말해서 괜찮을까 와서 보믄 실망하지 않을까?” “왜유, 실지 그렇잖어유. 그리구 실망하지 않을 거유.” “우째서?” “총각이 허우대두 크구 얼굴인물두 좋은데유 근데 좀….” “왜. 칠뜨기라도 되는가?” “좀 반편스러워유. 그렇기는 해두 위아래 알어보구 일 잘하구 니무랄 데가 없어유.” “그런 사람들이 대개 그렇기는 하지.” “전, 이쪽은 이런 사람, 저쪽은 그런 사람이니께 둘이 잘 될 것 같은데유. 왜 시답지들 않어유. 그럼 시방이래두 관둘까유?” “아녀, 아녀, 이 사람이 무슨 말을 못하겠구먼. 고마운 일이구 말구 어여 성사나 시켜봐!”

 


 이리하여 못난이 선보는 날이 됐는데, 중신어미 영칠이 각시가 자기네 집 마당에 고추멍석을 깔아놓고 못난이 꽃단장 시켜 다소곳이 앉게 하고는, 고개는 들지 말아라, 눈은 내려 깔고 있어라, 일어서지 말아라, 주위에 신경 쓰지 말고 계속 고추 다듬는 시늉을 하라 는 등 선보러 온 손님에게 못난이의 흠을 감추려고 여간 애를 쓰는 게 아니었다.

 이래서 마침내 못난인 시집을 갔다. 하지만 동네사람들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억지로 자위한서도 그 후 2년 동안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중신어미 영칠이 각시를 못난이의 시집에 슬쩍 파견해 보았던 것이다.

 “답답해 죽겠네. 그래 못난이 어떠하냐구?” “나 인제 다신 중신어미 노릇 안 할래유. 신랑이 눈도 고쳐주구 사내애도 하나 덜렁 났구만. 그간 얼매나 속 썩였는지 알어유?” “얼래, 얼래, 그랬구먼. 새댁이 젤루 고맙구 좋은 일 했네.” 온 동네가 통째로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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