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최근 대학가의 화두는 교육부의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이다. 사업의 내용은 대학이 학과 또는 학부 단위로 특성화 사업단을 구성해서 사업을 신청하면 정부의 평가를 통해 70여 대학을 선정하여 5년 동안 매년 약 2천 억원을 지원하여 지방대학이 수도권 대학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도권 학생의 지방 유입을 촉진하여 지역 사회에 활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의 근본은 그간 양적팽창에만 치중했던 고등교육에 대한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 이며 특성화는 이를 위한 하나의 수단적 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정원감축으로 대표되는 대학의 구조조정은 지난 십 수년간 논의가 이루어진 사항이라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과거 대학 구조조정 논의를 촉발시켰던 대입 자원 불균형의 시작점인 2018년이 목전에 도래했다는 것이다. 2018년은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졸업자 수를 초과하기 시작하는 해이다.

 

지방대학에 대한 사업비 지원을 통한 구조조정의 역사는 정확히 10년 전 참여 정부의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New University for Regional Innovation, NURI)’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부는 그 이전까지 지방 대학별로 기계적으로 나누어주던 자금을 통합하여 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전략산업과 연계한 특성화를 추진하는 대학 내 사업단에 지원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이 때 투입된 사업비가 5년간 약 1조 4천억에 달하였다. 당시 NURI사업이 목표로 했던 대학 서열화 현상 완화 및 대학 특성화, 우수학생 지방대학 진학률 증가 및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달성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지방대학과 수도권 대학의 교육 여건 차이를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 우리 충북 지역은 한국교통대(구 충주대)와 충북대를 비롯한 다수의 대학이 NURI사업을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NURI사업은 대학을 평가하는데 최초로 정량 지표를 도입하였다는 점에서는 대학 사회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며 대학의 운영에 있어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지역에서 대학의 역할 재정립을 요구하였다. 이 후 NURI사업은 ‘광역경제권 선도사업’, ‘산학협력 중점대학사업’, ‘산학협력 선도대학사업(LINC)’으로 이어졌다.

 

위에서 열거한 일련의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변하지 않는 핵심은 특성화를 통한 구조조정이다. 즉, 교육부는 모든 대학이 기존 학문 영역 중심의 학과 또는 학부 체제로 운영되어서는 경쟁력 확보 및 구조조정 이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방대학으로 하여금 특성화를 통해 학문 영역 중심의 운영을 해체하고 학과간의 통·폐합을 유도하여 대학의 몸집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이전 대학 재정 지원 사업과 금번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조조정 계획을 사업계획서 상에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학칙에 반영하게 함으로써 특성화 사업단에 대해서는 계획에 따른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해당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사 조직에 대해서는 대학 평가에 따른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데 있다. 2013년 이후 대학 소재 지역별 충원율 전망에서 강원권 다음으로 상황이 열악한 충청권 대학에서는 더욱 더 긴장해야만 하는 사업이 바로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이다.

 

 


일부 대학가에서는 이번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을 두고 자율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대학 구조 개혁이 정부 주도의 일방적 집행이라는 지적과 함께 해당 사업이 대학의 공익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전반적인 시각은 대학이 교육 개혁을 주도하는 집단이 아닌 개혁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인 시각에 대해 필자 역시 대학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불편한 마음을 숨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대학이 과거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통해 대학에 대한 높아진 사회 구성원들의 요구 수준을 얼마나 충족했는지를 돌이켜 보면 이제는 대학이 질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이번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이 과거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사업처럼 언젠가는 없어질 소낙비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지역 대학 전체의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양적 팽창 위주의 대학 운영이 지속될 수 없는 근거가 통계 수치로 명확히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번 사업과 같은 정부 주도 사업이 아니더라도 우리 지역 대학은 대학이 지역 사회의 중심으로서, 지역 경제의 한 축으로서 자리매김할 방안을 계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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