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한국교통대 교수)

장하다.
역시 ‘피겨여왕’ 김연아였고 ‘빙속여제’ 이상화였다.
거기에 또 박승화?심석희·조해리·김아랑과 이승훈?주형준?김철민 등이 있었다.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 시상대 앞에서 태극기를 휘날렸다.
메달 색깔이 금이면 어떻고 은이나 동이면 어떠랴. 그리고 메달권엔 들진 못했지만 4년 후 평창올림픽 금메달 획득의 꿈을 키우기 위해 비인기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처녀 출전한 수많은 어린 선수들의 패기 넘친 모습도 든든하고 대견스럽다. 모두 수고했다.
김연아는 세계 최고의 무결점 연기를 깔끔하게 보여주며 성원을 보내 준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세계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듯이‘홈 텃새’로 은메달에 그쳤지만 연아가 연출한 경기력과 배려의 마음은 금메달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는 자신의 지난 올림픽 기록과 동시에 올림픽 신기록까지 갈아치워 의미가 더욱 컸다.
조해리·박승희·김아랑·심석희로 구성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3000m 계주에서 8년 만에 정상을 찾았다. 3000m 계주는 우리 대표팀이 1994년부터 4회 연속 금메달을 딴 종목이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는 1등으로 들어오고도 석연찮은 실격 판정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한 적이 있어 이번 금메달 탈환은 더욱 값지다.
이들이 정상에 오르는 동안 얼마나 고달팠을까. 또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선수들도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동계스포츠 시설이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현실을 탓하지 않고 '하면 된다'는 불굴의 정신으로 불철주야 노력한 그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4년 뒤 지구촌 선수들은 평창으로 몰려 온다. 우리는 이 평창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경기장을 건설하고 선수를 육성하는 등 국민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세계를 행복하게 해 준 연아를 키워낸 나라에 피겨스케이팅을 배울 전용링크 하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대회에 필요한 10 여개의 신설 경기장과 선수촌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제부터 건설에 들어간다. 대회가 끝난 후 이 시설들을 어떻게 활용할 대책도 세워야 한다. 상당수의 올림픽 개최지마다 경기장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와 노르웨이의 릴리함메르는 스포츠 전지훈련과 각종 대회가 열리는 효자 경기장들이 됐다는 사실을 잘 파악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선수층도 확대해야 할 과제다. 겨울스포츠의 꽃 스키종목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나마 소치에서 컬링과 빙속팀추월 모굴스키 스켈레톤 종목에서는 가능성이 있는 기쁨의 눈물을 충분히 보았으니 이 분야를 어떻게 육성할 지도 숙제다.
이번에 남자선수들이 금메달을 하나도 못딴 가운데 러시아 귀화인 안현수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세 개나 거머쥐자 그의 귀화 이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금메달을 3개나 안겨줬던 2006년 토리노 올림픽보다 소치 올림픽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안현수 귀화문제를 지적했다. 그의 귀화 원인은 파벌주의와 줄서기다. 이는 비단 빙상연맹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박지성은 외국감독 히딩크가 아니었다면 '볼보이'나 하는 벤치용 선수였을지도 모른다.
이미 7세기 계몽주의 철학자 존 로크는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을 주창한 바 있다.스포츠 활동의 교육적 중요성을 갈파한 교훈을 되새기면서길 건전한 체육계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평창올림픽은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경제유발효과 20조원 고용창출 25만명에 이른다. 한국은 월드컵축구 4강에 하계올림픽 7위의 스포츠선진국이다. 드디어 동계올림픽도 10위권이내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릴 기회가 다가왔다. 평창 동계 올림픽의 비전인‘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을 향해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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