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선생님이 팥물을 끓이기 시작하자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된다. 달콤한 팥에 고소한 견과류가 쏙쏙 박힌 수제 양갱을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침이 꼴깍 넘어간다.
팥이 들어가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라는 선생님의 물음에 팥죽”, “단팥빵”, “떡케이크”, “호빵등 각가지 음식 이름이 튀어나온다. 여섯 살 난 막내 민채가 피자라도 대답하자 언니들이 까르르 웃는다. “에이, 피자는 아니야라는 핀잔도 이어진다. 지난 25일 진행된 품앗이 모임 작은아씨들양갱 만들기수업 모습이다.

 
육아 고충 분담, 사교육 대안 되는 육아 품앗이
지난해 조직된 작은아씨들은 이웃 주민 4명과 이들의 아이 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그동안 달고나, 두부, 수제비 만들기 등 요리 활동과 볼링, 피구, 사방치기 등 체육 활동, 곱셈, 칠교, 루크(교구) 등 학습 활동을 진행했다.
작은아씨들의 지은미씨는 처음 모임을 가졌을 때는 아이들끼리 많이 부딪히기도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이 남을 배려하는 법, 지켜야 할 규칙 등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수업 시간과 식사 시간이 겹칠 때는 요리 수업으로 진행해 조리도구와 재료를 준비해 와 직접 만들어 나눠 먹기도 하는데 아이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밝혔다.
육아 품앗이가 확산되고 있다. 지역 내에서 자녀의 연령, 교육 목적 등에 의해 구성된 공동 육아 모임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녀 양육의 어려움과 핵가족화로 인한 돌봄의 공백을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품앗이 모임들의 수업 방식은 대부분 비슷하다. 돌아가며 엄마가 강사가 돼 수업을 진행하는 것. 본인이 수업을 하기 부담스럽다거나 참여할 수 없는 경우 간식, 재료비를 지원하거나 수업 준비를 돕는 식으로 을 내면 된다. 대부분 유아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품앗이 모임이 많다.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을 통해 사회성을 배울 수 있어 유치원에 들어가기 이전의 영아를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과도한 양육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엄마표 수업을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고, 미술 퍼포먼스, 요리, 야외 체험 등 집에서 엄마 혼자 준비해 시도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던 다양한 활동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문화센터나 학원과 달리 유동적으로 수업 시간 조정과 휴강이 가능하다. 수업 진행자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다 보니 다른 아이들도 내 아이처럼 대하며 보살펴 준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품앗이 모임 책동이에서 활동했던 정혜경씨는 여러 엄마들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고, 다양한 자극을 아이에게 줄 수 있어서 좋았다모임 장소가 도서관이다 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간, 프로그램 제공 등으로 품앗이 지원
청주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가족 품앗이 신청을 받아 대상자를 지원한다. 지원 내용은 품앗이 회원의 모집과 팀 구성, 참가자 교육, 센터 내 상담 프로그램 연계, 공동자료 대여 등이다. 현재 14개의 가족 품앗이가 센터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내부형(센터 내)과 외부형 두 곳의 공동육아나눔터를 통해 품앗이 활동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고, 품앗이 회원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청주시 가경주공1단지에 있는 외부형 공동육아나눔터는 삼성생명으로부터 사업비 5000만원을 지원 받아 지난해 7월 확장 개소했다.
그동안 가족 품앗이 활동 회원과 가족,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열렸다. 최근에는 겨울방학을 맞이해 우쿠렐레와 학습코칭 수업을 진행했으며, 커피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취득 과정 수업도 할 예정이다. 4월부터는 청주시농업기술센터로부터 지원을 받아 가족 품앗이 활동 회원을 대상으로 텃밭 농원을 분양한다. 뮤지컬 관람, 가족 나들이 등 체험 활동도 수시로 진행된다. 200점의 장난감과 900권의 책을 갖추고 있어 청주시민이면 누구나 회원 가입 후 장난감 1, 책 3권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건강가정사 김주래씨는 세 가족 이상으로 구성된 품앗이 모임이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모임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데 품앗이 활동을 하고 싶은 경우 거주지나 아이의 연령 등을 고려해 팀을 구성해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청주 신율봉도서관과 청주 기적의도서관에서는 북스타트 프로그램 수료생을 대상으로 품앗이 모임을 조직, 관리하고 있다. 기적의도서관에서는 한 달에 1회 특강을 제공하기도 한다. 현재 신율봉도서관에는 1, 기적의도서관에는 4팀의 품앗이 모임이 활동하고 있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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