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만여 종의 신간이 국내 출판 시장에 쏟아집니다. 그런데 그 많은 책들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건 아닌가 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지역별 연간 독서율은 71.4%에 불과합니다. 충북은 46.8%(15위), 충남은 55%(14위)로 전국 최하위입니다. 책 안 읽는 지역의 미래는 결코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동양일보는 격주 화요일마다 북카페, 전문서점 등 책이 있는 곳을 소개하는 ‘책을 만나는 공간’을 연재합니다. 사각사각 종이 넘기는 소리와 해묵은 책 냄새가 정겨운 곳. 책 주인장이 따뜻한 차 한 잔을 놓고 독자들을 기다립니다.

 

책 한 권, 커피 한 잔이 장애인을 춤추게 하는 곳. ‘춤추는 북카페(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369-61·☏043-260-3116)’는 중증장애인들이 직업 재활을 하는 장애인 보호 작업장이다.

김윤모(사진 가운데) 유스투게더 대표가 마라톤 풀코스를 뛰어 기부 받은 돈에 후원금을 더해 만든 공간으로 지난 2011년 12월 문을 열었다.

“충북 최초의 언어치료기관인 베다니학교를 운영한 지 벌써 25년이 됐어요. 당시 꼬마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었는데 졸업을 하고 갈 데가 없는 겁니다. 일자리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지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게 돼 3년 전 북카페를 열게 됐습니다.”

이곳은 기존의 북카페와 조금 다르다. 북카페가 일반적으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이곳은 책을 기부 받아 판매하는 헌책방 겸 카페에 가깝다. 장애인들이 직접 커피 제조와 서빙을 하고, 기부 서적을 수거·재생하고, 더치커피를 생산·판매하는 일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판매되는 책과 음료의 수익금은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의 인건비와 가게 운영비로 쓰인다. 현재 5명의 사회복지사와 30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이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났다.

이곳에는 현재 3만여권의 책이 있다. 모두 기부 받은 것들이다. 많은 책이 이곳을 거쳐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갔다. 책장에서 숨죽여 졸고 있던 책들은 생생한 활력을 얻었다.

소설과 동화책은 물론이고 참고서, 백과사전, 교과서 등 모든 종류의 책을 기부 받는다. 폐지로도 사용 가능하니 오래된 헌 책도 환영이다. 전화 한통이면 직원이 집까지 와서 책을 수거해가니 기부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이렇게 기부된 책은 한 권당 2000~3000원에 판매된다. 간혹 좋은 책을 원가보다 60~70% 이하에 구입하는 ‘득템’을 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판매한 책까지 합치면 (기부된 책이) 수만 권은 될 것”이라며 “요즘 사람들이 책을 많이 보지 않다보니 책을 주력 상품으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스터디룸 대관과 더치커피 판매가 수익 증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와 수익 창출을 위한 ‘일일점장’은 춤추는 북카페의 차별화된 이벤트다. 누구나 이곳의 일일점장이 되어 하루 동안 점포를 운영해 볼 수 있다. 일일점장은 일정 시간 동안 지인들을 초청해 직접 드립커피를 내리고 서빙을 하기도 한다. 초대된 지인들은 1만원을 기부하고 음료를 제공받는다. 작은 음악회나 출판기념회, 생일파티 등 여러 가지 형태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동안 탤런트 주상욱 등 23명의 일일점장이 시민들을 만났다.

2012년에는 청주 사직동 신미술관점이, 지난해에는 청원 오송 보건의료행정타운점과 오창 충북테크노파크점이 새롭게 문을 열어 책과 함께 하는 신나는 춤판을 펼치고 있다. 김 대표는 “수익 창출이 안돼 처음에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이제 조금씩 궤도에 오르고 있다”며 “나에게 쓸모없는 책을 기부하면 필요한 사람이 구입할 수 있어 자원의 재순환이 되고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니 이중, 삼중으로 좋은 의미가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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