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일 시집 ‘사랑이라 말하기에는’발간


2회 올해의 여성문학상 수상자인 정가일(사진) 시인이 최근 시집 ‘사랑이라 말하기에는’을 발간했다.

시집 ‘얼룩나비 술에 취하다’, ‘배꼽 빠지는 놀이’에 이은 세 번째 책. 보다 농익은 60편의 시가 담겼다.

최근 그는 만학으로 경희사이버대 문화창조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번 시집에는 그의 석사 논문 ‘실존의식과 알레고리적 상상력’에 실린 30여 편의 시와 문예지, 동인지 등에 발표된 시가 실렸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표현법은 ‘알레고리’다. 어떤 한 주제 A를 말하기 위하여 다른 주제 B를 사용해 그 유사성을 적절히 암시하면서 주제를 나타내는 수사법인 알레고리는 은유나 상징과 비슷하지만 그 보다 더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현실의 모순을 알레고리적 상상력을 통해 암시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은유와 풍자로 드러낸다. 알레고리적 상상력이 가득한 그의 시에는 알레고리의 특성인 약자와 강자의 상반된 모습이 매우 사실적이고 직접적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그의 시는 마치 한 편의 우화처럼, 또는 신화처럼 보인다. ‘새로 쓰는 새 이야기’, ‘물속에 긴 다리를 담그고 있는 흰색머리새’ 등 대부분의 작품은 우화처럼 시 전체가 알레고리로 되어 있는 작품들. 동식물이 의인화돼 주인공으로 등장, 독자에게 교훈을 준다.

정 시인은 “우화가 하나의 명확한 교훈을 가진 알레고리라 한다면, 이들 시에서의 교훈은 시련을 극복하려는 인내와 끈기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표제시 ‘사랑이라 말하기에는’은 인간의 악성(惡性)을 형상화한 작품. 무섭게 사과나무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와 애벌레에게 갉아 먹히며 날마다 아파하는 애기 사과나무의 모습이 강하게 대립된다. 시에서는 반전의 묘미도 맛볼 수 있다. 애벌레와 사과나무의 대비가 극대화되려는 찰나,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몸을 세우고 있는 애벌레의 꿈이/떨어질까 봐/떨어질까 봐,/자꾸 몸을 구부리는/애기 사과나무,’의 모습이 독자의 가슴을 친다.

시인은 자신의 시에 직접 해설을 곁들이기도 했다. 석사 논문 중 일부분을 발췌해 ‘동물적 이미지에 나타난 알레고리-폭력적 존재성과 극복 의지’라는 제목으로 수록한 것이다.

“내 시는 쉽고 아름답기를 바랐다”는 정 시인. 그러나 그의 시는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택했고, 아름다움보다는 못난 곳을 찾아 다녔다.

정 시인은 “내 시를 읽는 모든 이에게 어려운 길에서 희망을 보기를 바란다”며 “못나고 아픈 나의 시에서 위안을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 시인은 충북 청원 출생으로 2002년 ‘평화신문’ 신춘문예에 ‘하늘문’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원, 시천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서출판 지혜. 101쪽. 9000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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