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10일부터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난달 21일 의협 회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집단휴진 찬반에 관한 온·오프라인 투표에서 투표 참가자 중 76.69%가 찬성했다고 한다.
이들 모두가 집단휴진에 동참하면 의약분업 투쟁 이후 14년 만에 의료대란은 불가피하다.
의협의 요구 사항은 원격의료 반대, 의료영리화 반대,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 개혁,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의 독립 등이다.
의협은 10일 응급실ㆍ중환자실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하루 휴진을 한 후 준법진료를 거쳐 24∼29일 다시 전면 집단휴진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대정부 투쟁 계획을 구체화하고 나섰다.
정부는 의협의 집단휴진 결정을 불법으로 규정,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의·정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4년 만에 의료 대란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서비스는 일개 산업 활동으로 치부할 수 없는 숭고한 행위다. 그래서 환자의 안전,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는 집단행동은 정당성과 명분이 있더라도 여간해서는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힘들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전국의 의사 1만여 명이 원격의료 등 정부 의료정책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 뒤 정부와 의협은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현안을 협의한 끝에 지난달 원격의료 국회 논의, 투자활성화 대책 보완, 수가 개선 필요성 공감 등을 골자로 한 협의안을 공동 발표했다.
하지만, 의협의 전권을 위임받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와 협의해 발표한 내용을 의협 집행부와 회원 의사 다수가 반대해버렸다.
협의 과정이나 내용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의사 표시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자신들이 권한을 위임한 협상대표의 협의 결과를 뒤집고 당장에 집단 휴진에 들어가야 하는 절박한 사유나 명분이 제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번 집단 휴진 결정 과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현재 활동 중인 의사의 53.87%인 4만8861명이 참가, 76.69%가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무엇이 이처럼 높은 투표 참가율과 찬성률을 보이게 했는가. 단순히 이번 의·정 협의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보기 힘들다.
그것은 그동안의 의료 정책과 의료서비스 전달체계에 대한 의료계의 뿌리 깊은 반감이다. 낮은 수가로 인해 의료정책이 왜곡되면서 의료행위를 일개 서비스 산업으로 ‘추락’시키고 의료계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등 의료계 사정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노이기도 하다.
이런 의료계 현안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임은 정부 당국과 의료계 스스로 더 잘 인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원만한 사태의 해결점은 의료계의 집단휴진과 당국의 엄정대응 방침이 대치만 하는 상황에선 찾기 힘들다.
다시 대화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는 없다. 누가 먼저 대화를 제의하고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보였는가에 국민의 지지가 더해진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의협은 출구전략도 없이 환자를 볼모로 한 집단 휴진을 강행해 의료공백 사태를 불러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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