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상한 그녀’의 수상한 인기가 연일 화제다. ‘스무살 꽃처녀가 된 노인’이라는 결코 끌리지 않는 주인공을 내세운 이 영화는 최근 누적관객 800만명을 넘어서며 장기 흥행 체제를 다지고 있다.
영화 속에서 평생 아들만을 바라보고 살았던 오말순(나문희)은 아들에 의해 요양원에 가게 된다. 서글프기 짝이 없는 상황. 노인을 짐으로 치부하는 젊은 세대들의 시선은 영화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최근 저소득층 어르신 몇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가난, 만성질환, 우울 등 다양한 문제들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여러 겹으로 중첩된 이 문제들은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낳기도 한다는 것이 많은 통계 자료에서 보인다. 2011년 국내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가운데 약 80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 결코 만만히 보아 넘길 수 없는 수치다. 충북지역 노인 자살률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중 세 번째로 높다. 그러나 국내 노인복지 예산 지출 비율은 총생산 대비 1.7%로 OECD 회원국 34개 국가 중 꼴찌다.
보다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문화누리카드’의 경우 상당수의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있으나 마다 한 제도다. 한 어르신은 “공연을 보라는데 청주예술의전당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거동이 불편해 버스도 못타며 택시를 타고 갈 돈도 없다. 차라리 라면 몇 개를 주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비아냥댔다.
의료 보장의 범위와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 노후의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 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노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화 ‘은교’에서 주인공은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상 20대 중반 이후부터 생성되는 세포보다 죽는 세포의 수가 많아진다니 그때부터 노화가 진행되는 셈이다.
나이듦은 천형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다 같이 조금씩 늙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노인 복지는 결국 남이 아닌 나를 위한 문제이기도 하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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