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중원대 교수)

봄바람과 함께 선거의 계절이 왔다. 여기저기서 출판기념회에 초청장이 날아든다. 적게 낸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고 그렇다고 많이 내려니 관혼상제 부조금처럼 지갑이 날로 빈다. 충청북도 관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 출마하려는 현직 공무원들의 사표도 여기저기서 보도되고 있다.   

풓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지방자치제도는 정치적· 역사적 투쟁과 타협의 과정속에서 생성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특수한 사회 환경과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변질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었지만 극도의 정치혼란과 정치적 미성숙으로 말미암아 실시되지 못하다가 1952년에야 부분적으로 실시되었다. 당시 지방자치제가 정파적 이해대립과 민주주의의 미성숙으로 인해 제도적인 정착의 토대를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정부 여당이 현실적인 요소를 무시하고 법률적 자구수정에만 몰두하였고 국민적 동의조차 받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켰다. 1961년 제3공화국의 출범과 더불어 지방자치제는 중단되게 되었으며, 제5공화국에서도  실시를 통일 이후로 미루었다. 1988년 3월 4일 지방자치법만 개정하는 등 파행을 거듭하게 되다가 주민들의 참여욕구의 증대와  행정의 분권화, 지역균등발전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6. 29 선언이후 제6공화국에 들어서 비로소 지방자치시대가 태동하게 되었다.

  일찍이 제임스 브라이스는 “지방자치야 말로 민주주의의 학교이며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토크빌도 “지방자치는 국민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자치를 행사하는지를 교육하며 국가는 지방자치 없이 자유로운 정부를 수립 할 수 있지만 자유정신을 가질 수 는 없다”고 갈파했다. 이와 같이 지방자치행정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지방정부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자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역할과 과제를 가지고 있다. 결국 지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공무원과 지역정치인, 지역주민의 책임감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방행정은 국민의 광범위한 생활 영역에까지 직?간접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마치고 있고 부정부패 가능성을 항시 내포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 토호세력과 주변업자, 지방관료의 유착부패는 숱한 의혹과 불신으로 지역 주민을 기만하였으며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기초적인 인식조차 망각하는 등 자치행정의 기본정신을 뿌리채 교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정당공천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그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발생하였고 정당공천 과정상의 비리와 부패가 심각한 지경이다.
최근 야당 대표가 모여 "거짓의 정치를 심판하고 약속의 정치를 정초(定礎)하기 위해" 그리고 지역주의 청산이라는 명분아래 창당을 선언하였다. 한 야당대표는 그동안 기득권 정치 타파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또한 그는 기존 정당들이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증오와 분노를 키우고 민생(民生) 정치를 외면한다면서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참여하는 신당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그는 많은 국민 특히 30-40대 계층의 지지를 받아왔다. 그런데  즉 새정치를 한다며 여야를 비판하며 다녔던 사람들이 이제 비난한 야당과 손잡고 다시 백기투항하고 정당권력에 포획되어 창당한다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여당 또한 지난 대선에서 기초선거 공천을 하지 않겠고 다짐했지만 백지화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이렇게 밥먹듯 거짓말을 일삼고 국민을 속이니 정치 선진화는 요원하고 정치불신만 가득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주민들이 새로운 참여의 표심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시민들의 선거혁명이 필요하다. 거짓공약을 내세우고 당선만 되면 나몰라라 하는 후보들은 이번에 단죄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후보 중에는 당선하고 난 후 알선청탁이나 이권에 개입하여 지방부패를 낳을 소지가 충분한 사람도 있다. 이들이 공천을 받을 수 없도록  정당들은 공천과정의 투명성과 공개성을 강화하여 부패소지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지방언론과 시민단체 역시 지방선거의 공정성과 책임정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적극적인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선거과정상의 부정과 부패를 적발하고 차단하기위해 선거관리위원회· 검찰· 경찰 등의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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