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청주YWCA 신임 사무총장



 “조직을 이끌어 나가기에는 저에게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역사 속에서 흘렀던 YWCA의 힘을 믿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왔다는 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거겠죠. 의미 있고 귀한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최근 취임한 이혜정(45·사진) 청주YWCA 신임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는 4일 청주YWCA 2층 소망실에서 열린 이·취임 예배에서 임명장을 받았다. 청주YWCA 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으로 간 지 11개월만이다. 잦은 보직 변경에 당황스러울 터. 전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인데다 내년에 열릴 5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있어 어깨도 무거울 듯 보였다. 그러나 그는 조직에서 자신의 역할을 빠르게 파악하고 위치를 정리한 듯 보였다. 20년에 가까운 실무자 경력은 허투루 쌓인 것이 아니었다.
“YWCA 사무총장은 전반적인 영역에서 관여는 하지만 전체적인 모든 일에 전문성을 갖기는 어려워요. 각 실무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워낙 사업이 방대해 각각의 실무자 한 사람이 하나의 기관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이들의 전문성을 강화시키고 본인의 삶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결국 조직의 미션이 될 것이라고 한다.
청주 중앙여고 재학 시절 대학 생활을 미리 경험해 보는 ‘예비 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YWCA에 관심을 갖게 된 이 사무총장. 충북대에 입학해 YWCA 동아리 활동을 하며 관심은 자연스럽게 애정으로 이어졌다. 사실 1993년 교육부 간사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랜 시간 이곳에 있게 될 줄은 몰랐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간디학교와 두레마을 등 마을공동체를 경험하기 위해 외도(?)한 3년을 제외하고는 18년이 넘는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청춘을 모두 던진 셈이다.
“Y는 제 사고를 확장시키고 저를 변화시켰어요. 그래서 항상 조직에 대한 고마움이 있죠. 다양한 경험을 하고 프로그램을 기획, 도모하면서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해 나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에 대한 꿈을 펼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이 형성돼 열정을 다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올리(all利)’라는 브랜드 네임은 그의 삶 전반에 걸쳐 결코 지울 수 없는 큰 의미를 지닌다. 청주YWCA에서 운영하는 ㈜생명살림 올리는 우리 콩으로 만든 비지 버거를 주력 상품으로 한 사회적 기업이다. 이 사무처장은 2008년부터 4년 넘게 이곳의 대표로 활동하며 기반을 닦았다. 버거 만들기와 배달도 그의 몫이었다.
“처음에는 음식도 잘 못하고 돈 개념도 없는 내가 왜 이걸 맡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지금 돌아보니 진정한 어른 활동가로 성장하기 위한 직업 훈련과도 같은 시간이었지요. 하루는 학교에 배달을 갔는데 젊은 직원이 절 보고 “버거 냄새나”라고 했어요.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날 뻔 했지만 동시에 이런 일을 하는 많은 분들의 어려움을 실제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어요.”
올해 그는 한국 YWCA의 6대 과제 중 ‘성인지’와 ‘탈핵’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매달 한 번 화요일을 ‘불의 날’로 정하고 탈핵캠페인을 전개할 예정. 학교, 유치원, 복지관 등에서 탈핵에 대해 교육하는 ‘찾아가는 탈핵학교’도 처음 시도한다. 지난해부터 실무진 등을 대상으로 했던 탈핵교육을 지역 사회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또한 지방 정부의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성인지 모니터단’을 꾸리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최근 실질적인 활동을 하는 회원들의 조직력이 약해졌다는 자각도 한다. 이 사무총장은 “미디어 환경과 정보 수집 방법이 바뀌고 있으니 우리도 사람을 모으고 함께 꿈을 꾸는 방식을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가 여성들에게 든든한 언니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어려울 때 얘기할 수 있고 힘든 일 있을 때마다 의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사회에 나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또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것을 물려줘야 하는지 깨닫고, 다양한 여성과 연대하는 기쁨을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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