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정권의 극우 행보로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단골 망언 인사인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ㆍ69) 일본 중의원 의원(7선)이 또다시 망발을 늘어놓아 우리 국민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카야마 의원은 8일 지방 강연회에서 일본군 종군 위안부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국 여성은 거짓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았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 끓는 증언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조롱한 것이다.
'인종주의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일본 여성은 자신이 위안부였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데 한국 여성은 그러지 않는다. 인종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은) 일본인과 전혀 다르다. 부끄러움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망언했다.
'일본인=우수인종', '한국인=열등인종'으로 도식화하는 '인종증오적' 의식을 내비친 것이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이어졌던 인종주의의 망령이 일본에서 되살아난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일본 우익의 발언이나 행동은 분명한 일관성을 갖고 있다. 위안부는 다른 나라에도 있었으며, 일본군의 강제동원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담화의 성립 과정을 재검증하겠다고 한 것, 사쿠라다 요시타카 교육부 차관이 고노담화 수정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위안부는 날조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등이 모두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런 집요한 과거사 부인은 참혹하고도 반인륜적인 가해행위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망의 표출이자, 아시아를 짓밟았던 과거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숨겨두었던 내면의 분출일 수 있다.
우리는 어쩌면 제국주의적 침략 노선으로 주변국에 숱한 희생과 고통을 안기다가 패전을 맞은 전범국 일본의 과거사를 총체적으로 부정하고, 일본의 국력을 총동원해 오욕의 역사를 새롭게 쓰려는 세력과 마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일본을 마주한 우리의 선택은 많지 않다. 끊임없이 세계 여론에 호소하고 일본이 바뀌기를 촉구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직접 참석해 일본의 군위안부 만행을 알리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것은 온당한 처사다.
아베 정권은 '정상국가화'를 외치며 과거사를 부인하고 우경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유력 언론, 정치인, 일부 지식인들이 동조하고 있다. 일본 국민의 전반적 우경화 경향도 포착된다.
하지만 과거사를 부인하면 할수록 정상국가로 가는 길은 멀어질 것이다. 주변국을 조롱하면 할수록 일본의 국격은 떨어진다.
일본이 정상국가로 가는 길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수용하고,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통해 주변국과 화해 협력의 길을 여는 것뿐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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