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담당 부국장

정년을 5년이나 남겨두고서 이달 말 30여 년간 몸담았던 공직을 스스로 떠나기로 결심한 일선 자치단체 한 공무원의 명퇴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의 명퇴 사유가 여느 공무원들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웃나라 일본의 관광농업을 집중탐구해온 그는 이를 우리의 체험마을과 접목하기 위해 1년여 동안 일본에 건너가 이와 관련한 집필활동에 몰두하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직장을 미련 없이 내던졌다.
자그마치 20년 동안이나 마음속으로만 품어왔던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사정도 생겼다.
원래는 정년퇴직 후 결행할 생각이었으나 벤치마킹 모델로 삼은 일본인이 췌장암으로 건강이 크게 악화돼 올해를 넘기기가 힘들 것으로 보이자 1년간 휴직하고 저술활동에 들어가려 했지만 집필휴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알고는 과감히 명퇴의 길을 택한 것.
부인과 미혼의 자녀를 둔 넉넉지 않은 생활에 초등학교 시절 끼니를 걸러 본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는 50대 남자가 보장된 임기와 수입을 스스로 포기하기까지 얼마나 고뇌했을까 생각하면 그의 소신에 따른 명퇴가 더욱 값져 보인다.
명퇴를 작정하기에 앞서 그가 가장 고심한 것은 가족의 생계문제로 지난 1년간 지출내역과 평균생활비를 꼼꼼히 산출하고, 퇴직 후 연금액수에 맞춰 앞으로의 삶까지 가늠해본 결과 다행히 아껴 쓴다면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자 용단을 내렸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을 위해 안정적인 자리를 훌훌 벗어던질 수 있는 그의 용기와 가족들의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버려야 비로소 얻을 수 있다”면서 “이제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밀도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가 엮어낼 결과물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본지에 가끔 주옥같은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던 유신준(55) 청양군 목면 부면장.
그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며, 앞날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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