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시 각각 한편씩 추려 92편 수록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 시 ‘새해 첫 기적’ 전문)

 

이 책을 발간하는 것 자체가 아마도 ‘기적’이었을 것이다. 지역에서, 지역의 시인들이 쓴 99권의 시집을 낸다는 건 그만큼 굴곡도, 곡절도 많은 여정이었다.

‘새해 첫 기적’은 대전의 계간시전문지 ‘애지’와 도서출판 지혜에서 발간하는 ‘지혜사랑 시인선’의 100번째 시집이다. 그동안 지혜사랑 시인선으로 출간됐던 99권의 시집 중 대표시 각각 한편씩만을 추려 모은 92편의 시가 실렸다.

지혜사랑 시인선은 지난 2007년 4월, 첫 번째 시집인 김종옥 시인의 ‘나비, 봄을 짜다’를 시작으로 출간되기 시작했다. 100번째 시집인 ‘새해 첫 기적’이 나온 건 그로부터 7년 만이다.

그동안 지혜사랑 시인선으로 나온 많은 시집들이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안정옥 시인의 ‘아마도’, 송수권 시인의 ‘달궁 아리랑’, 강병길 시인의 ‘도배일기’, 이향란 시인의 ‘한 켤레의 즐거운 상상’, 양애경 시인의 ‘맛을 보다’ 등 8권은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로, 나태주 시인의 ‘세상을 껴안다’는 문화관광부의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애지 관계자는 “한국사회는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데 반해 지혜사랑 시인선은 대전과 충청도에서 출간되고 있는 만큼 그 어려움과 우여곡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유명한 시인들은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고, 대부분의 무명 시인들은 그 이름값이 너무나도 형편없이 매겨질 때가 많았다”며 “명예의 거품을 걷어내고 그 무명의 베일을 벗겨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도서출판 지혜. 153쪽. 9000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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