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박물관 ‘이완호 추모전’ 주요 작품 60여점에 유품까지


정갈한 삶과 예술이 하나였던 화가, 척박한 충북 화단에 많은 제자들을 양성한 큰 스승, 고 이완호(1948~2007) 충북대 교수 추모전이 11일부터 4월 13일까지 국립청주박물관 청명관·청련관에서 열린다.

이 화백의 사후 첫 추모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주요 작품은 물론 생전에 사용하던 유품까지 전시해 ‘천상화가’로 살았던 그의 삶 전체를 추억할 수 있다.

그간 유물 기증자의 유물만 전시하던 기증전시관을 새롭게 꾸며 개방한 청련관에서 여는 첫 번째 전시인 이번 추모전에서는 이 화백의 드로잉과 회화, 판화 작품 60여점을 시대별로 감상할 수 있다.

2007년 4월 작고하기 전까지 그는 담백한 화면에 나뭇가지, 마른 갈대 같은 선을 중심으로 한 드로잉 작품을 많이 선보였다. 자연에 대한 관조에서 출발한 그의 작품은 최소한의 선을 반복해 그으며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여기에 생활 속에서 느끼는 소회를 시나 일기처럼 써 내리곤 했다.

그리다 지움을 반복하면서 화면에 남긴 이미지의 흔적들, 여백에 다시 지우고 쓰고 하면서 남겨진 서체들이 자연스럽게 화면에 녹아든 그의 그림을 두고 ‘서한체’풍이라 불렀다.

경북 성주에서 출생한 이 교수는 그의 나이 서른이 되던 1977년 충북대 미술교육과에 강의를 하게 된 이후부터 청주에서의 생활을 시작해 지병으로 200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인생 60년의 절반을 청주사람으로 살았다.

1986년에는 도내 최초의 서양화가 모임인 ‘무심회화회’를, 1994년엔 ‘충북판화가협회’를 만들어 황무지 같았던 충북화단의 초석을 다졌다.

이번 전시는 이 교수를 추모하는 후배와 제자, 유족 76명의 뜻으로 마련됐다. 김수현 충북대 명예교수가 추진위원장을, 김정희 충북대 조형예술과 교수가 실행위원장을 맡아 충북 화단의 초석을 다진 그의 지난 세월을 반추한다.

이 화백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세미나가 미술평론가인 김복영 전 홍익대 교수의 발제로 15일 오후 2시 청명관 강당에서 마련된다.

김 미술평론가는 “이완호 화백은 대한민국 현대회화사에 유례없는 자신의 독자적인 회화 양식을 구축했다”며 “그의 작품은 초기를 거쳐 후기에 이를수록 꽃과 나무를 주제로 자연을 동경하는 마음을 글로 써서 여백에 채워넣은 ‘서한체’의 그림을 특징으로 한다. 그는 융성했던 현대미술의 집단운동을 모조리 뒤로 한 채, 오직 자신만의 구도의 길을 걸었다”고 평했다.

전시 관계자는 “이번 추모전은 엄격한 자기성찰과 섬세한 감성으로 충북화단을 이끌었던 고 이완호 교수의 작품과 삶 모두 추억할 수 있는 자리”라며 많은 지역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전시 개막식은 15일 오후 3시 청명관 로비에서 열린다.

문의=☏043-229-6300.<김재옥>

 

 ● 이완호 교수는?

 1948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홍익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홍익대 재학 시 동기생들과 함께 Group-X 창립 전시회를 국립중앙공보관에서 가졌으며 70년대 초반부터 20대 현대작가전, 한국실험작가전 등의 전시회를 통해 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1977년 충북대 미술교육과에서 서양화 강의를 맡으며 이후 만 30년간 충북대 교수로 재직했다. 1980년 서울 인사동 태인화랑에서 석판화 개인전을 시작으로 무역센터 현대미술관에서 대작 위주의 전시회를 가졌으며 모두 다섯 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1986년 교직에 안주하던 제자들을 화단으로 끌어내기 위해 무심회화회를 창립, 젊은 후학들과 함께 작업을 통한 교감을 계속했다. 1994년 판화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충북판화가협회를 창립, 초대회장을 맡아 전국의 판화가 200여명이 총망라된 ‘현대판화위상전(2000년)’ 등 대규모 전시를 열기도 했다. 2007년 4월 10일 급성 임파선암 치료 중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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