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보호 만큼이나 교사의 권위보호도 중요하다.
학교 현장에서 하루에 한 번 이상 교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12일 발표한 '2013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394건으로, 2012년 335건에 비해 17.6% 증가했다. 2003년 95건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4배 넘게 급증했다.
이번 통계는 교총이 접수한 사건을 집계한 것이므로 실제로는 교권침해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총은 최근 학교 안전사고나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증가하면서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교사에게 책임을 묻거나,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부모가 자녀에게 징계를 내린 교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무조건 항의하고 물리적인 방법에 호소하는 일이 빈번하다. 교권침해 유형은 학생·학부모의 폭언, 협박, 폭행 등 부당행위가 154건(39.1%)으로 가장 많았다. 부당하게 징계를 받았거나 교육권을 침해당하는 등 신분 피해를 본 경우는 전년도의 56건에서 97건(24.6%)으로 급증했다. 이어 학교 안전사고·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피해는 51건(12.9%), 교직원 간 갈등은 36건(9.1%), 명예훼손은 5건(1.3%)이었다.
지난해 창원시내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아들을 때린 담임교사를 찾는다며 교무실과 수업 중인 교실을 돌아다니며 행패를 부리고, 교장실에서 담임교사의 무릎을 꿇리고 화분 등으로 때릴 것처럼 위협하고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학부모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의 판결은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폭행해 교권을 침해하는 것이 범죄에 해당하며,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12년 교육부는 교권을 침해한 학생·학부모에 대한 제재와 피해를 본 교사에 대한 구제조치를 강화한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시도교육청에 각각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하여 교육활동 관련 분쟁 조정, 교육활동 침해 예방대책 수립,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선도 조치 등의 사항을 다루게 했다. 교육 당국이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나 아직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권침해가 늘어나면 교원의 권위와 사기가 떨어진다. 최근 교원들의 명예퇴직이 급증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교총 등 교육계 일각에서는 기존의 교권보호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며 구속력 있는 교권보호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검토할 필요는 있다. 다만, 교권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나 제재를 둘러싸고 형평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공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교원과 학생, 학부모 간 신뢰가 상실됐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서로 간 화해와 신뢰회복을 위한 과정이 중요하다. 교권이 침해되면 일차적인 피해자는 교원이지만, 교원들의 업무 의욕이 저하돼 결과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학교는 지식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바람직한 교육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원 간 인격적 관계가 형성되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학생인권보호도 중요하지만, 교권보호 역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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