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 정치열기가 점점 가열되는 양상이다. 선거를 치르고 나면 당연히 승자와 패자로 갈리게 되는데 승자의 경우 반드시 남과 다른 몇 가지가 있다. 이를 전략적으로 살펴본다.

 선거는 한마디로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견고한 조직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금이 있다 하더라도 바람 앞에선 한낱 위태한 등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바람을 일으키고 그 바람에 편승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것처럼 백전백승할 수 있는 중요한 요건을 갖춘 것이리라

 그동안 있었던 각종선거의 경향을 되짚어보면 결과는 더욱 확연해 진다. 특히 우리 충청도는 바람의 영향이 절대적인 곳이다.

 1995년 영남의 모 정치인이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한 말 한마디에, 역풍이 거세게 충청도 전역을 휩쓸었다. 당시는 영호남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상당했었다. 당시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당초 발언의 진의를 벗어나 왜곡된 측면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해명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기화로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더욱 확대 재생산되며 도민의 공분을 자극했다. 한번 붙은 지역감정의 불은 그 어느 것으로도 막을 수 없는 초특급 태풍이 되어 충청도를 강타했다. 결국 집권여당은 그해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단 몇 석도 건지지 못할 만큼 초토화 되고 말았다.

 선거에서 대부분의 출마자들은 유권자를 상대로 당당히 자신의 공약이나 의정활동 계획을 주지시키고 알리려는 노력보다, 경쟁후보를 깎아내려 손쉬운 승리를 쟁취하려는 소위 네거티브 유혹에 빠지기 쉽다. 어찌 보면 그러한 행동은 유권자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과거 동서양 여러 곳의 선거결과에서 그 성과(?)가 입증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내용과 진실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일종의 균형 잡기 같은 것이다. 따라서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왜곡됐거나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을 짧은 시간에 증명하기란 어렵다. 네거티브 운동은 깊이 조사하지 않거나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따져서 오류를 찾아내지 않으면, 그 내용이 사실인양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포장돼 있다. 그런 탓으로 유권자들이 네거티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출마자나 측근들은 상대방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하여 면밀하게 준비, 역 대응 하기보다 자신도 모르게 그저 부인하고 보는 손쉬운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방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프레임을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인하면 할수록 오히려 프레임의 활성화를 확장시키는 셈이 된다. 그러므로 상대의 공격을 받으면 논쟁의 중심을 다른 방향으로 이동시켜야 함에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맞대응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대후보가 펼치는 네거티브 공세에 항상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무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각자 상황에 따라 판단하여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칠 만큼 공격을 받고 있거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대응해야 한다.

 요즈음은 상전벽해라 할 만큼 선거방법이나 정치 환경이 변화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SNS 등과같이 후보자 동정이 실시간으로 유권자에게 전달되는 등, 전에는 최측근이나 가족 외에는  접할 수 없었던 개인 정보까지도 대량으로 다수의 사람에게 전달 파급된다. 따라서 오래전 과거의 잘못까지도 쟁점이 될 만큼 선거환경이 바뀌고 있다.

 끝으로 건전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법으로 통제하는 방법 외에 출마자나 유권자의 의식변화가 선결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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