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규제 개혁에 대한 의지는 어느 때보다 확고해 보인다. 그동안 ‘쓸데없는’ 규제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시간적·경제적 피해를 당해온 것도 사실이다.

김영삼 정부 때 첫 규제개혁을 들고 나왔지만 흐지부지 됐고, 김대중 정부도 규제 개혁을 화두로 삼았지만 반짝효과에 그쳤다. 노무현 정부는 규제총량제를 외쳤지만 공무원들은 시늉만 했을 뿐이고,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뽑기’도 마찬가지였다. ‘철밥통’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와 탁상행정, 이해 당사자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중이 읽힌다.

박 대통령은 규제에 대해 ‘암 덩어리’이고 ‘쳐부술 원수’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규제와 규제 완화에 대한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규제 자체가 ‘암 덩어리’이고 ‘쳐 부술 원수’는 아닌 것은, 규제 완화의 대상과 내용에 따라 성격 자체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규제는 ‘악(惡)’이요, 규제완화는 ‘선(善)’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규제를 풀어야 할 것과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규제가 있다는 것은, 규제가 없을 때 벌어지는 국가적 손실과 국민적 피해를 방지하고 제어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쓸데없는’ 규제가 무엇인지, 반드시 존치시켜야만 할 규제가 무엇인지부터 따져보고, 사안에 따라 규제를 풀었을 때와 규제를 강화했을 때 나타날 사회적 비용까지 계산해 두어야 한다.

국민들이 창업을 할 때나 정당한 재산권을 행사할 때 거치지 않아도 될 ‘너저분한 것’들은 거둬 치워야 한다. 나라 살림에 도움이 되는 일에 걸림돌이 되는 일이 있다면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적’은 아니다. 규제를 풀어 나타날 폐해를 무엇보다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일례를 들어보자. 정부가 우리나라 전체 국토의 70%가량 되는 산지를 산업용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기업 투자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옳은 일이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여, 결국 기업들이 수도권 주변의 산지에만 관심을 보여 큰 차익을 챙기는 대신 난개발에 따른 고통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입장에서 보면 그른 일이다.

환경부가 ‘무역투자 활성화 조처’로 내놓은 환경영향평가 일부 개정안은 현재 주요 개발사업을 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작성과 그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을 생략할 수 있게 하는 예외 조항을 담았다. 그렇잖아도 개발과 환경보존에서 진지한 성찰을 해야할 현실에서 환경부 본연의 임무를 포기하는 행위다.

규제가 선이지도 않고 규제완화가 선이지도 않다. 역으로 규제가 악이지도 않고 규제완화가 악이지도 않다. 명심해야 할 것은 규제와 규제 개혁은 사안에 따라 적확하게 적용되어야 선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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