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윤진식 ‘대선 공약 수준’ 발표

-‘통 큰’ 윤진식 ‘대선 공약 수준’ 발표
충청 고속급행철도 건설 타당성 논란
윤 “공약이니까…” 구체적 답변 회피
수도권 GTX도 경제성 낮고 지역불균형 우려 제기
1조5000억 사업비 마련 방안도 없어

새누리당 충북지사 경선에 참여한 윤진식 의원이 지사 출마 선언 이후 사실상 1호 공약으로 ‘충청 신수도권 고속급행철도(GTX)’ 건설을 내놨다. ▶관련기사 2·5면
대전 유성-세종-오송-청주-청주공항을 잇는 철도로, 사업비만 무려 1조5000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윤 의원은 자신이 충북지사가 되면 최역점을 두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윤 의원의 ‘1호 공약’을 두고 현실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철도건설사업을 하기 위해선 철도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철도건설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철도 건설은 충북지사의 행정 영역을 벗어난 정부 결정 사항이라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계획이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사업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대규모 SOC사업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개연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대선에서나 나올 법한 공약을 충북지사 선거 공약으로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윤 의원이 제시한 사업비 근거는 물론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도 구체적으로 수반되지 못했다.
윤 의원은 대전 유성-세종-오송간 34㎞ 구간에 철도를 신설하고, 오송-청주-청주공항간 21㎞에 대해선 기존 충북선을 고속화?현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현재 추진되고 있는 천안-오송-청주공항간 고속화철도를 연결하면 충청 신수도권 고속급행철도가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GTX 예상사업비를 감안하면, 윤 의원이 추산한 사업비 규모는 크게 부족하다.
수도권GTX 구간 중, 윤 예비후보가 신설구간으로 제시한 구간과 비슷한 연장인 부평-송도간(11.5㎞)에 대곡-파주간(20.5㎞)을 더한 예상사업비는 2조1131억원에 달한다.
비슷한 구간을 건설하는데 60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여기에 충북선 고속화?현대화에 소요되는 사업비를 포함하면 윤 의원이 제시한 1조5000억원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또 정부와 경기도는 수도권GTX 건설사업을 정부 예산이 아닌,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수도권 수요에 비해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충청권GTX 건설에 선뜻 투자할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난항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근 정부가 외부전문기관에 의뢰한 민자철도 연구 용역보고서를 살펴보면, ‘민자화의 적용범위와 사업요건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 민간투자법령에 따라 철도·도시철도, 철도시설을 민간투자사업으로 건설·운영하고자 할 경우에 적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GTX 역시 이같은 요건에 포함되므로, 정부가 민간투자법령에 따라 철도시설을 민자사업으로 건설하고자 할 경우에만 건설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도출된다.
그런데도 윤 의원은 이같은 사업비 추산은 물론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공약’이라는 점만 강조했다.
각종 선거 출마자들의 선심성?전시성 공약 남발을 차단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는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의 타당성과 함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구체성을 제시하도록 권고하는 것과도 배치된다.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철도공사가 수도권GTX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한 자료에 따르면 GTX A선(수서-킨텍스) 구간 건설에 4조5000원이 소요되는 데 반해, 1년 예상 운임수입은 3000억원에 그쳤다.
B선(청량리-송도) 구간은 건설비가 4조6000억원에 1년 예상운임수입은 1800억원, C선(금정-회룡) 구간 역시 건설비가 3조8000억원인 반면 1년 예상운임수입은 2300억원에 불과하다.
이같은 예상치를 감안하면 공익성을 강조하더라도 엄청난 적자 운영이 불가피, 경제적 타당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수도권 예상이용객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충청권 예상이용객수를 반영하면, 경제적 타당성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비 회수에만 대략 10년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GTX 운행에 따른 사회?경제적 문제점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충청권GTX를 건설하면, 충청권 거점도시간 하나의 생활권 형성으로 국가 행정과 과학기술?경제의 핵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GTX역이 설치되는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충청권 도시의 지역간 불균형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통여건이 열악하거나, 인구와 사회?경제적 인프라 열세인 지역의 인구 유입효과나 인프라 확충 지원효과를 차단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일본의 경우, 1960년대 고속철도인 신칸센 개통 이후 연계 중소도시의 동반발전을 기대했으나, 도쿄와 오사카 양대 도시로 인력과 경제력이 집중되는 지역간 불균형 현상을 가속화시켰다는 선행 사례에서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제시한 공약중 충주관광공사 설립 공약은 아직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공약은 엄청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행정적?법적 지원만 있으면 쉽게 이행이 가능한 공약임에도 아직 ‘미이행 공약’으로 남아 있다.
이런 '가벼운 공약'도 이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윤 의원이 제시한 ‘1호 공약’은 허술하고 검증되지 않은 ‘전시성 공약’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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