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논설위원, 사회학박사)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통일은 대박이다’는 대통령의 통일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적 구호가 되었고 정치권과 언론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되었으며, 여당 정치인들은 때를 맞춰 통일관련 강연회, 출판기념회 등을 열면서 앞 다투어 통일전문가를 자처하고 있다. 어쨌든 점점 시들어가는 것 같던 통일의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통일은 대박이다’는 국내에서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 관련 최고의 이슈가 되고 있다. 2월 4일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 타임스스퀘어에 재미교포사업가가 통일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적은 광고판을 내걸었다. 2월 22일에는 박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포럼 개막연설에서 “통일은 한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게도 대박이 될 수 있다”라고 언급하여 다시 한 번 통일의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하였고 이달 25일부터 독일을 국빈 방문하여 ‘통일 대박론’을 구체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렇게 ‘대박’이라는 단어가 국제적 관심을 끌다 보니 그동안 다양한 영문표기가 사용되었으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월 13일 박 대통령을 만나 ‘통일대박’ 구상을 매우 좋은 비전으로 평가하고 보난자(bonanza: 노다지)로 정리하면서 청와대도 2월 20일 대박의 영문 표기는 보난자를 우선적으로 쓰되 잭팟(jackpot: 거액의 상금)도 함께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 대국민 담화를 통해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천명하였으며,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이 위원회는 4월 중으로 그 구성을 마무리 하고 실질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통일을 추진하고 준비하는 기구로서 대통령이 의장이고 헌법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부부처인 통일부, 그리고 여러 통일관련 민간단체들을 대표하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되어야 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통일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지만 지루한 과정과 많은 어려움이 동반될 것임은 분명하기에 통일은 서두르지 말고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 통일에 대한 준비는 현 정부에서는 물론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차기의 어떤 대통령이라도 계승하여 이루어야 할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다. 따라서 이번에 만들어지는 통일준비위원회는 대통령의 임기에 맞춰 그 임무와 역할이 끝나는 위원회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며 성별, 세대, 지역, 이념을 초월한 국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를 담을 수 있는 초당파적이고 범국가적인 통일준비위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3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통일의식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63.6%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45.7%에 불과해 성별에 따른 통일의식 격차는 18%로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냈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통일, 외교, 국방 문제에 여성이 철저하게 소외되었던 관계로 여성들의 관심과 참여가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통일준비 과정에서 여성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여 통일의 주체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 평화주의적인 여성 특유의 돌봄과 배려의 시각이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체제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 수 있으므로 평화 통일 영역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2012년 가을 세계여성단체협의회 세계총회에 참석한 각국의 여성지도자들은 DMZ를 방문하고 나서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한반도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며 절대적 지지와 성원을 약속했다. 단 한사람도 토를 달지 않았다. 지구상에 하나뿐인 분단 민족이 통일을 이루겠다는 염원에는 다른 이유가 필요 없는 것이다. 오히려 나라 안에서 통일의 당위성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조금은 서글플 뿐이다.
북한에 숨은 지하자원이 얼마고, 유라시아철도 건설로 북방무역이 활성화되어 통일한국은 투자하기 가장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등의 많은 경제적 이익을 차치하더라도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우리 민족의 숙원이다. 통일은 대한민국과 주변 국가들은 물론 전 세계에 ‘평화’라고 하는 커다란 축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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