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정애씨 ‘길 끝에서 천사를…‘ 에세이 발간

살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천사를 만난다. 천사는 살아가는 데 절실한 밥벌이의 수단인 직업이 되기도 하고 갈등과 혼돈과 방황으로 힘겨워할 때 곁을 지켜준 사람이기도 하다. (중략) 살아오며 곁을 스쳐간 수많은 천사들 중에 최근 얼마 동안 특별한 천사와 함께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프롤로그 중에서) 
소설가 김정애(충청매일 부국장)씨가 자신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 ‘길 끝에서 천사를 만나다’는 일종의 치유에세이다. 이 책은 최근 쏟아져 나오는 치유에세이들과는 다소 거리를 둔다. 따뜻하고 다정하게 독자를 다독여주지도 않고 섣불리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려 들지도 않는다. 대신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이야기함으로서 독자 스스로 공감하게 한다. 치유는 각자의 몫이다. 그렇게, 다소 진부해지고 식상해진 ‘치유’와 ‘힐링’의 시대에 이 책은 스스로 빛나며 그 존재 가치를 분명히 한다.  
2년 3개월간의 짧지만 강렬했던 인도 여행의 기억을 더듬으며 책은 시작한다. 
어느 날 문득, 저자와 그의 딸은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행을 택한다. 참을 수 없이 날카롭던 시기에 떠난 그 여행은 두 사람의 삶을 잠식할 만큼 강렬했고, 40대의 엄마에게는 힘겨운 삶을 살아내는 동력이 되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채 떠나야 했던 10대의 딸에게는 무거운 짐이 되어 남게 된다. 
하룻밤 꿈과 같은 여행에서 돌아온 이들에게는 버거운 일상과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글쓰기로 밥벌이가 되는 직장에 다니게 됐고, 딸은 검정고시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러나 딸과 엄마는 대학 입시를 앞에 두고 자꾸만 어긋나기 시작했다. 결국 딸은 마음의 병을 앓게 되고 아픈 마음은 몸까지 상하게 만든다. 
그러던 그들에게 치유사인 일본 여인 쿠마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는 모녀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쿠마리의 치유 방법은 독특했다. 매일 청소하기, 안 쓰는 물건 버리기, 선인장 화분 키우기, 아침에 샤워하기, 노래방 가기, 아이쇼핑… …. 그 모든 것들은 모녀의 내면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녀의 마음 안에 있던 화, 집착, 두려움 등이 만든 나쁜 에너지가 좋은 에너지로 정화된다. 엄마는 치유의 마지막 과정으로 그 동안의 경험을 글로 쓰기 위해 펜을 들었다. 그리고 글 쓰는 과정을 통해 치유 중 겪은 감정의 변화를 다시 한 번 느끼며 치유가 견고해짐을 깨닫는다. 
세상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은 얼마나 많을까. 책을 덮을 때쯤이면 쿠마리라는 천사를 만날 수 있었던 모녀의 행운이 다소 부러워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저자는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어떤 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언의 힘이 담긴 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기도, 이 모든 것이 다 천사”라고 말한다. 
저자 김정애씨는 충북 청원 출생으로 청주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오랫동안 지역에서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다. 2000년 단편소설 ‘개미 죽이기’로 허난설헌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단편모음집 ‘생리통을 앓고 있는 여자’, 산문집 ‘세상은 놀라운 미술선생님’, ‘우리 옛 그림의 마음’ 등을 펴냈다. 
옐로스톤, 263쪽, 1만3000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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