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지난 1월 13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가 주최하는 ‘2014 한국 수학의 해 선포식’이 개최되었다. 한국 수학의 해 선포는 올해 8월에 개최되는 ‘2014 세계수학자대회’의 성공적 개최 여건 조성은 물론 국내 수학 저변의 확대를 위해 이루어졌다. 한국 수학의 해 선언문에는 수학분야의 학술역량을 강화하여 세계적 수준의 수학연구를 수행하고 수학이 산업과 창조경제의 원천기술이 자라는 토양이 되도록 하며 수학교육을 선진화하여 21세기 수학 발전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를 창출하여 수학문화의 대중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학에 대한 관심은 지대함에도 그것이 단지 입시에 쏠려있다는 것이다. 전국 곳곳에 수많은 수학 학원들과 그곳을 하루 종일 드나드는 유치원생부터 고교생을 보노라면 우리는 정말이지 수학에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도서 판매 순위 중 한국어 서적 1위가 ‘수학의 정석’이고 누적 판매수가 약 4천만권에 이른다고 하니 그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나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국가별 중고교생 국제학헙성취도(PISA)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56개국 중 수학 평균점수가 554점으로 전체 5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보다 앞서는 국가는 상하이(중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이며 만일 OECD 회원국으로 한정할 경우 세계 1위의 성취도를 보였다. 하지만 자신이 수학을 잘 한다고 믿는 자신감 정도를 표시한 자아개념 지수는 65개국 중 63위, 수학에 대한 흥미 및 즐거움을 알 수 있는 내적 동기 지수는 58위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심지어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여 장래에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이 될거라고 믿는 도구적 동기 지수 역시 62위로 나타났다.
이 같은 중고교생들의 높은 수학적 성취도가 아쉽게도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교육 특히 공학이나 자연과학 교육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학실력은 갈수록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명 수학 교과에 대한 학습량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도 아닐 터 인데 이상하리만치 대학에서 경험하는 학생들의 수학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전공 교과에서 간단한 수학적 전개를 하면 학생들은 이내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교수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 역시 수학을 많이 사용하는 과목을 기피하게 되고 일부 전공에서는 반드시 이수해야 될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수강 기피로 인해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사람과 대화하는 수단이 언어이고 그 언어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문자라면 말 못하는 자연과 인간이 대화하는 수단은 바로 수학이다. 가속도와 힘 사이의 관계를 뉴턴은 복잡한 서술 없이 F=ma라고 간략히 정리하였고 아인슈타인이 핵분열 과정에서의 질량 손실이 엄청난 에너지를 유발하는 것을 E=mc2으로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수학의 힘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수학은 어려운 것이고 복잡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단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입시 위주의 수학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수학은 자연과학과 공학의 필수적인 수단일 뿐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논리적 엄밀성을 기르는데 필수적인 과목이므로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수학 교육과 저변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여하는 필즈상(Fields medal)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유난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필즈상은 노벨상과는 달리 만 40세 이하의 수학자를 그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노벨상 보다 더 받기 어렵다고 평가되는 상이다. 역대 52명의 필즈상 수상자 중 우리나라 출신이 없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디 올해 개최되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수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