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 (본사 상임이사)

오래된 조크다. 라이프지에 실렸다고 소문으로 전해지지만, 라이프지가 2007년 폐간을 했으니 확인키 어렵다.

내용인즉슨, 2차 대전 후 여러 나라 사람들을 싣고 가던 B29 비행기가 갑자기 고장이 나서 낙하산을 지고 뛰어 내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모두 겁을 먹고 머뭇거리자 기장이 먼저 독일인에게 “히틀러의 명령이다, 뛰어내려!”하자 독일인이  벌떡 일어나 “하이! 히틀러” 하고 뛰어 내렸고, 다음으로 일본인에게 “천황폐하의 명령이다” 했더니, “쏘데스까” 하며 일본인이 뛰어 내렸고, 이어 프랑스인에게 “저들의 낙하산을 보시오, 스타일이 멋지지 않소.”하자 프랑스인이 뛰어내렸고, 미국인에겐 “민주주의의 원칙을 따라야지요” 했더니 뛰어내리더란다.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한국인.

기장이 한국인을 보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뛰어내리는 것은 공짜요.” 그러자 한국인은 “진짜로 공짜입니까?”하고 뛰어내렸단다.

각국의 국민성을 빗댄 조크지만, 뒷맛이 씁쓸한 것은 공짜의 심리를 좋아하는 우리 정서를 다시 확인시켜주는 것 같아서이다.

몇 주전 주말 야외행사를 주관하고 느꼈던 씁쓸함이 바로 이런 느낌이다.

매년 이맘때면 걷기행사를 개최한다. 겨울을 지난 나무마다 새잎이 나고, 들판에 풀꽃이 피고, 꽃망울이 벙그는 새 봄, 부드러운 바람을 쐬며 자연을 만끽하며 건강하게 걷자는 일종의 워킹페스티벌로 벌써 수년째 열고 있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기를 기대하며 풍성하게 경품을 준비했다. TV 같은 전자제품도 준비했지만 참가자들에게 더 많은 상품이 돌아갈 수 있도록 경품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갯수도 늘렸다. 무대시설부터 볼거리인 공연, 생수준비, 반환점 안내 등 주최 측으로서 최선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경품도 불만이 없도록 참가자가 직접 추첨을 해서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런데 행사가 진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반환점에서 추첨권을 받아온 사람만 추첨할 수 있도록 정했기 때문에 참가자 당 한번씩만 추첨의 기회가 돌아가야 마땅하거늘 한 사람이 몇차례씩 추첨을 하는 것이 눈에 띈 것이다. 5~6차례 이상 경품을 타가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아예 온 가족이 나섰고, 부부가 번갈아 수차례씩 경품을 가져가기도 했다.

마치 굶주린 이리떼처럼 공짜 물건에 탐욕하는 그들의 눈빛을 보며 슬퍼졌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공짜에 집착하는 심리를 버리지 못할까. 필요하지 않은 물건조차도 욕심을 내는 이 습성은 어려웠던 과거 때문일까.

지난해 연말에 참가했던 하와이 마라톤의 모습이 생각났다. 3만여 명이 모인 그 대회는 달리는 기쁨보다 배려로 즐거움을 얻은 대회였다. 42.195km를 달리는 내내 길가에는 주민들이 봉사와 서비스를 해려고 애쓰고 있었다. 손뼉을 치며 응원을 하고, 앰프를 설치해 음악을 틀어주고, 악기연주를 해주고, 바나나며 오렌지 초콜릿 사탕 등을 길가에 내놓고 집어가게 했다. 제 용돈을 털어 사탕을 박스 채 들고 있는 아이, 수도를 연결해 시원한 물을 뿌려주는 주민, 바셀린을 막대에 묻혀 내밀고 있는 할아버지, 에어파스를 손에 들고 기다리고 있는 학생.....

물론 달리는 사람들도 공짜라고 더 많이 집어가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들과 우리가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속담처럼 우리의 정서속에 공짜 심리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비루한 마음 때문이다. 자존감을 버렸기 때문이다.

선거철이다. 다시는 돈봉투, 음식대접 등으로 표심을 돈으로 사고파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돈 들지 않는 선거를 하자고 벼른지 십수 년. 선거법을 단단히 만든 것은 법을 통해서라도 우리의 자존감을 살리자는 이유에서다. 이제 공짜심리에서 벗어나자. 그래야 당당해진다.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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